아프리카 ‘건너뛰기식 IT혁명’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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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전화망 구축하느니 아예 휴대전화 보급”

케이블TV망 대신 무선인터넷 확대에 주력

신용카드 단계 뛰어넘어 모바일 결제 도입도

‘선진-후진국 디지털 정보격차 심화’ 예측 빗나가

네팔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악지대에서 염소를 키우는 목동 두르바 장부 씨는 한 손엔 염소몰이 회초리, 다른 손엔 휴대전화를 항상 들고 있다. 북위 74도의 북극지방 레졸루트에서 북극곰을 사냥하는 이누이트족(에스키모) 알리숙 이들루트 씨의 상비품도 휴대전화다.

이젠 첨단기술이 선진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구촌 오지 곳곳에서 최첨단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지금껏 후진국들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후발주자가 산업혁명에서 정보기술(IT) 혁명까지 선진국이 밟아 온 발전 과정을 따라 하기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 너무 벅차다. 게다가 선진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 속도를 더욱 높인다.

특히 IT의 발달로 ‘디지털 디바이드(정보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후진국들은 중간 단계를 뛰어넘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그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이른바 ‘개구리 점프 식 기술도약(leapfrogging)’이다.

○유선전화 뛰어넘어 휴대전화 보급 확대

개구리 점프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지구촌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휴대전화 보급이 급증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유선전화 보급률은 2006년 인구 100명당 3.2명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1996년 1.9명에서 1.68배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같은 기간 0.2명에서 21.6명으로 108배 증가했다.

유선전화망을 갖추려면 교환기를 설치하고 집집마다 전화선을 연결하는 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아프리카 각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설비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결과적으로 유선전화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휴대전화로 도약하고 있다.

11억 명이 넘는 인구 대국이지만 유선전화가 5000만 대에 불과한 인도는 최근 휴대전화 신규 가입자가 매달 600만 명이 넘는다. 10년 전 33만9031명에 불과하던 휴대전화 가입자는 올 9월 1억5399만여 명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모바일 결제 등 최첨단 서비스도 도입

정보기술의 총아인 인터넷 보급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설비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무선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0년 아프리카에 산재한 비정부기구(NGO)들이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고주파 라디오를 이용해 인터넷과 e메일을 교환하는 ‘부시넷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그러자 케이블TV망 구축에 힘쓰던 아프리카 각국이 무선망으로 관심을 옮겼다. 2000∼2006년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는 2.4배 늘어났지만 아프리카에선 8.7배나 늘었다.

휴대전화와 무선 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종이통장과 신용카드 단계를 뛰어넘어 선진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모바일 거래 시대가 열렸다.

케냐에서 올해 4월 모바일 결제서비스 ‘엠 페사’가 시작돼 가입자가 60만 명을 넘어섰고 3800만 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IT업체 ‘펀다모’는 통신업체 ‘보다콤’과 손잡고 남아공과 잠비아에서 모바일 결제서비스에 들어갔다.

○100달러 노트북 등으로 더욱 탄력 받을 듯

개구리 점프에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2005년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100달러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보급하자”고 주창한 데서 시작된 100달러 노트북(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이 대표적이다.

올해 판매를 시작한 OLPC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188달러지만 이미 35만 대의 주문을 확보했다. 올해 생산 목표는 30만 대이며 내년부터는 매달 100만 대씩 생산해 후진국 어린이들의 정보화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개구리 점프 식 기술 도약(leapfrogging)

기술과 산업기반이 없는 개발도상국들이 첨단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선진국들이 거친 시행착오와 시설투자의 부담 없이 개구리가 점프하듯 중간 단계를 뛰어넘는 발전 전략을 말한다. 유선전화 대신 무선전화로 건너뛰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



전창 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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