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들간 관계 속에 새 사업 숨어 있어”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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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아르티에예스 교수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만든 빛이 나는 흔들의자. 사진 제공 삼성디자인학교
쿠아르티에예스 교수의 아이디어에 착안해 만든 빛이 나는 흔들의자. 사진 제공 삼성디자인학교
2001년 미국 애플사가 출시한 디지털 음악 재생기 아이팟의 성공 비결은 독특한 관계 맺기에 있다. 당시 애플은 아이팟을 출시한 뒤 곧이어 아이튠스라는 온라인 음악 상점을 열었다. 아이팟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음악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것이다.

온라인 상점에서 음악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음악을 소비하는 패턴도 크게 바뀌었다. 휴대용 전자기기와 웹이라는 이질성을 극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든 전형적인 사례다.

최근 이처럼 서로 이질적인 제품 간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인터랙션(Interaction) 디자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랙션 디자인의 개척자 다비드 쿠아르티에예스(사진) 스웨덴 말뫼대 교수가 삼성디자인학교(SADI)의 초청으로 최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올해 가을 학기부터 SADI에 인터랙션 디자인 강좌를 개설하고 이 분야의 최신 동향을 가르칠 계획이다.

“테크놀로지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만고만한 기술과 그럴싸한 디자인만으로 더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인터랙션 디자인은 1990년대 후반 정보기술 위기론이 대두하면서 등장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같은 주요 휴대전화 회사들만 해도 새로운 기술보다는 디지털카메라, MP3 등 부가 기술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 첨단 기기에 들어가는 기술이 정체되면서 기업들이 새 사업 모델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먼저 읽은 영국왕립예술학교, 미국의 파슨스와 프랫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디자인 학교들은 일찍부터 인터랙션 디자인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국내에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홍익대 등에 이 과정이 개설돼 있다.

쿠아르티에예스 교수는 “인터랙션 디자인은 첨단 공학 기술을 중심으로 디자인,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디자인하는 그 역시 ‘관념의 테두리’를 과감히 넘나든다. 그의 대표작 ‘로킹 체어’는 자리에 앉아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형형색색의 다른 빛을 뿜어내는 의자다. 밤에 혼자 있는 아이를 위한 제품으로 ‘조명’과 ‘놀이’를 접목한 참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덴마크의 조명회사 루이스폴센은 이를 상품으로 내놓았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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