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침에 꽂혔다…한방물리학 어디까지 왔나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코멘트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의 한 실험실. 온도를 측정하는 탐침이 촘촘히 박힌 원뿔 모양의 뜸쑥이 서서히 타 들어갔다. 말린 지 3년 된 뜸쑥이 타기 시작하자 컴퓨터 화면은 복잡한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뜸쑥이 3분의 2 이상 타 들어가자 뜸쑥 내부 온도는 700도까지 올라갔다.

침구공학연구실 이승호 박사는 2004년부터 한방 뜸이 내는 열이 몸에 전달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뜸쑥이 내는 뜨거운 열이 전달되는 과정을 밝혀 화상 위험이 있는 뜸쑥을 대체할 장치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최근 이처럼 침과 뜸쑥 같은 한방 시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1 침 맞을 때 짜릿한 이유 찾았다

한방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연구는 침을 놓았을 때 신체 조직의 변화를 살피는 연구에서 시작됐다.

2001년 미국 버몬트대 헬렌 랜저빈 박사팀은 침술이 신체조직에 일으키는 효과를 처음으로 밝히는 데 성공했다.

흔히 침을 맞았을 때의 짜릿한 느낌을 ‘득기감’이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득기’를 느끼면 침의 효과가 커진다고 알려졌다. 한의사들은 득기감을 주기 위해 침을 시계 방향 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랜저빈 박사팀의 초음파 주사 현미경 분석 결과 득기감은 피부 아래 2∼5mm에 있는 ‘연결조직’이 둘둘 말리면서 느껴진다는 것. 침을 특정 방향으로 돌리면 콜라겐으로 이뤄진 연결조직이 소용돌이 모양을 이루며 주변 신경을 자극해 침을 맞은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2 온침 효과는 복사열 때문이다

뜸과 침을 결합한 온침 요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온침은 뜸쑥을 태울 때 나는 열을 침으로 전달해 경혈 부위를 자극하는 요법이다. 뜸쑥을 태우는 속도와 양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경희대 침구공학연구팀은 뜸쑥의 질량에 따라 온침에 열이 전달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열을 측정하는 탐침을 이용해 열이 침 손잡이 아래 1∼2cm까지 전달되는 시간과 질량, 복사열을 분석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온침은 스테인리스강 침으로 직접 전달되는 열보다 복사되는 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뜸쑥 1g을 온침에 놓고 태울 경우 손잡이 아래 2cm에서 침의 온도는 61.8도인 데 비해 침에서 2cm가량 떨어진 부위의 온도는 88.9도까지 올라간 것. 이 박사는 “온침의 열 효과는 침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열이 아니라 뜸쑥이 내는 복사된 열로 생긴 효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 덜 아픈 침-뜸 나온다

이처럼 침과 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연구가 늘어난 이유는 시술 방식을 표준화하자는 목소리 때문이다. 침과 뜸은 효능이 있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이를 입증할 만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뜸만 해도 제품에 따라 밀도나 질량이 제각각이어서 효능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

이 박사는 “재료와 질량, 대류 환경, 전달되는 온도 등의 관계를 살피면 환경에 따라 어떤 종류의 뜸을 사용할지 예측할 수 있다”며 “이를 이용해 화상 위험이 있는 뜸을 대체할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결조직의 형태와 득기감 사이의 관계를 밝히면 덜 아프면서도 침을 맞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신종 침을 만들 수 있다. 흔히 사용되는 침의 표면은 매끄러워 득기감을 주기가 쉽지 않다. 이 박사팀은 여기에 착안해 표면에 빗살무늬를 입힌 침을 개발했다. 침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무늬를 넣어 찌를 땐 아프지 않고 조금만 돌려도 연결 조직을 쉽게 자극하는 방식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