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부팅 10초…100% 디지털 저장매체 SSD가 온다

  • 입력 2007년 5월 5일 03시 01분


코멘트
#1. 직장인 김모(33) 씨는 출근하자마자 개인용 컴퓨터(PC) 전원을 켠다. 동료들과 짧게 인사를 한 후 커피까지 한잔 타서 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PC는 아직 일할 준비가 안 된 상태.

드디어 일을 시작한 김 씨. 전날 작업 중이던 보고서를 완성하기 위해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클릭했다. 소프트웨어는 ‘모래시계’만 보여 주며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그는 지난주 책상에서 떨어져 고장난 PC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교체했다. 고장이 너무 심해 중요한 자료가 모두 지워져 버렸다. 미리 복사본을 만들어 놓은 그는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 시간이 흘러 2009년이 됐다. 성격이 급한 김 씨는 PC를 반도체 저장장치(SSD·Solid State Disk) 노트북 컴퓨터로 바꿨다. 이제 그는 먼저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커피를 한잔 탄 후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10초 안에 김 씨는 회사 전산망에 접속한다.

파워포인트나 포토샵과 같이 데이터 용량이 큰 소프트웨어도 클릭과 동시에 금방 뜬다.

PC가 충격을 받아도 마음을 졸이지 않아 좋다. 2009년에 나온 노트북 컴퓨터는 충격에 꽤 강하기 때문이다.

기계식 HDD는 가라

PC는 이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됐지만 PC 때문에 쌓이는 스트레스도 늘고 있다.

김 씨가 겪은 문제점들은 사실 디지털 기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는 PC가 아직 100% 디지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PC의 데이터 저장장치인 HDD는 바늘 모양의 헤드가 원판 모양의 디스크(플래터)에 데이터를 기록하고 읽는 ‘기계적 원리’로 작동한다.

따라서 HDD는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에 한계가 있다. 충격을 받거나 흠집이 생기면 데이터를 읽지 못하는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이런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반도체를 이용한 새로운 저장 매체가 탄생해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속도 빠르고 소음 없고 전력 소비 적고

기존 PC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줄 차세대 저장 매체는 바로 SSD다. SSD는 금속 디스크 대신 반도체(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하며 앞으로 HDD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쉽게 말하면 요즘 흔히 쓰이는 메모리카드를 여러 개 모아 PC의 저장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다. SSD 도입은 PC가 20년간 사용돼 온 ‘기계식 장치’인 HDD를 탈피해 100% 디지털 기기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

SSD는 HDD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

우선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HDD보다 훨씬 빠르다. 데이터를 읽는 것은 서너 배, 쓰는 것은 4∼6배나 빠르다. 따라서 현재 1, 2분 걸리는 PC의 부팅 시간을 10초로 줄일 수 있다.

SSD는 무게도 HDD의 25%밖에 나가지 않는다. 바늘(헤드)이 금속 원판(플래터)을 긁지 않아 소음이 없으며 충격에도 2배 정도 강하다.

열의 발생도 훨씬 적고 전력 소모량은 HDD의 3분의 1에서 1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

올해는 SSD의 ‘보급 원년’으로 꼽힌다. 본격적인 생산과 활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SSD를 본격 생산하는 회사가 삼성전자뿐이었고 SSD를 장착한 노트북 컴퓨터도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SSD의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세계적인 메모리카드 제조업체인 샌디스크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SSD 생산을 시작했다.

한국의 엠트론과 뉴틸메카, 대만의 PQI 등 중소업체들도 SSD 생산을 본격화했다.

SSD를 장착한 노트북 컴퓨터의 제조사도 삼성전자 외에 소니와 도시바, 델 등으로 확대됐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회사 아이서플라이는 최근 SSD 등 낸드플래시 기반의 저장 매체를 장착한 제품이 세계 신규 노트북 컴퓨터의 59.9%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과 용량

SSD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HDD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는 SSD(32GB·기가바이트의 경우 50만∼60만 원)가 HDD에 비해 10배 정도 비싸지만 2009년이면 가격 차이가 상당히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1년에 40∼50%씩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약점으로 꼽히는 작은 용량도 1, 2년 안에 노트북 컴퓨터용 제품에서는 HDD와 대등한 수준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 컴퓨터용인 1.8인치 HDD는 현재 80GB(40GB 제품 두 개를 붙인 것) 제품이 주력. 하지만 SSD는 32GB 제품이 주력이며 64GB는 개발만 된 상태다.

최근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HD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HDD(H-HDD) 제품이 나와 HDD 시대와 SSD 시대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SD에 비해 성능은 약간 뒤지지만 가격이 싸다는 것이 장점.

삼성전자와 도시바, 씨게이트, 히타치, 후지쓰 등 세계적인 HDD 제조업체들은 최근 H-HDD 생산업체들의 협력체인 ‘하이브리드 스토리지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