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그 눈빛, 내 영혼을 빨아들였다

  • 입력 2007년 4월 18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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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트로이 전쟁’.

그리스의 3대 비극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인 에우리피데스는 트로이의 전쟁이 한 여인의 ‘눈’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그의 작품 ‘헤카베’에는 “번영의 도시 트로이에 수치스러운 파멸을 가져온 것은 바로 헬렌의 아름다운 눈”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서양에서는 인간의 눈을 ‘태양’에 비유했고 불교와 힌두교에서는 인간의 눈을 ‘지혜’의 상징으로 봤다.

고대 철학자들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시각을 으뜸으로 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각이야말로 고도로 발달된 최고의 감각”이라고 했다. 이어 청각→후각→미각→촉각의 차례로 순서를 매겼다.

시각의 힘은 현대의 광고 마케팅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에서 영화의 필름 사이에 ‘팝콘을 먹자’라는 자막을 넣었더니 팝콘의 매출이 올랐다는 보고가 있다.

0.003초보다 짧은 시간에 자막이 스쳐 지나가 관객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뇌는 인식을 한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눈을 예찬했다.

“눈은 천문학의 교사다. 사람들을 세계의 여러 곳으로 이끈다. 건축과 원근화법, 성화(聖畵)를 창조했으며 항해술을 발견했다.”

눈은 내적 자아와 외부 세계를 연결해 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수화(手話)에서 손동작이 언어의 표현이라면 감정의 표현은 바로 눈빛이다.

눈빛으로 기쁨, 환희, 분노, 사랑 등 인간의 오욕칠정이 드러난다. 눈은 미적 의미와 정신적 의미가 합쳐져 미인을 판단할 때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수많은 신체 부위 가운데 인간의 영혼까지 보여 주는 고도의 감각기관이다. 다른 신체 부위의 매력이 외형적이고 일시적이라면 눈은 내면의 매력까지 표현하는 ‘영혼의 창(窓)’인 셈이다.》

“눈이 예쁜 여자가 좋아요.”

배우 권상우는 일본의 한 방송과의 인터뷰 도중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람을 처음 대할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기관이 바로 눈이다.

눈은 사물을 보는 기능뿐만 아니라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눈빛은 연기자들의 연기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눈빛으로 열정을 말하고 감정을 얘기한다.

예로부터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했다. 그만큼 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는 것이 힘

인간은 5, 6세가 돼야 정상 시력을 갖는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밝은 불빛에 반응하는 정도이고 생후 6개월에 0.1, 첫돌이 돼도 0.2 정도의 시력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의 안구는 지름이 2.5cm 정도로 동그란 공 모양을 하고 있다. 이 작은 안구는 매우 치밀하고 복잡한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의 감각기관 중에서 가장 정교하다.

눈은 안구와 시신경, 안구를 보호하는 눈꺼풀, 결막, 누기 등으로 돼 있다.

눈꺼풀은 속눈썹과 함께 눈으로 들어오는 이물질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결막은 각막을 보호하며, 누기에는 눈물을 만드는 누선이 있어 각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한다. 각막이 건조해지면 각막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눈물과 함께 눈을 깜빡임으로써 눈의 건조를 막는데 눈 깜빡임의 횟수는 평균 2∼10초에 1번 정도이며 1분에 6∼30회 정도다.

눈 깜빡임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눈동자 좌우의 근육에 의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인다.

○눈에는 진심이 담긴다

해부학적으로 보면 눈은 뇌의 일부다. 사람의 두개골을 자르고 뇌를 통째로 들어내면 눈알이 함께 나온다. 그래서 눈은 ‘밖에서 보이는 뇌’로 불리기도 한다. 눈은 모양, 크기, 눈동자의 위치, 깜빡임, 눈물 등을 통해 사람의 생각을 표현한다.

신경언어학자들은 눈동자의 위치와 시선의 방향에 따라 생각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 시선은 오른쪽 위를 향한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를 기억해낼 때 시선의 방향은 오른쪽 정면이다. 어딘가에서 불명확한 소리가 들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귀를 기울일 경우에는 왼쪽 정면이나 오른쪽 아래를 본다. 맛을 떠올릴 때는 시선이 왼쪽 아래를 향한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면 문제의 해결책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눈의 크기로 현재 그 사람의 감정도 알 수 있다.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뜨면 대화가 재미있거나 호기심이 많다는 의미다. 반면 얇고 가늘게 뜬 눈은 상대방이 지금 하는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면 지금 상황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짜증이 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쁜 여자를 본 남자들의 눈동자가 갑자기 커지는 현상은 예쁜 여성에 대한 남성의 심리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눈동자가 흔들린다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임을 말해 준다. 눈을 깜빡이는 것에서도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기분이 좋을수록 눈을 거의 깜빡이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눈을 자주 깜빡인다. 유쾌할 때는 눈을 덜 깜빡이는 반면 우울하고 불안한 생각을 하거나 몸이 아프면 눈을 자주 깜빡인다.

○서양에서 눈은 성기를 상징

한국에서 코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한다면 서양에서는 눈이 성기를 나타낸다.

고대 그리스에선 눈과 남성의 성기를 동일시해 실명을 거세로 해석한 자료가 많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모든 결투에서 눈을 가장 먼저 정복했다”고 말했다. 이는 시각을 잃게 해 결투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와 함께 시력 상실을 남성으로서 힘을 잃는 거세로 해석한 것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핀으로 찔러 제거한 것이 근친상간에 대한 벌로서 자신의 성기를 거세한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눈을 마주치면 돌로 변하게 하는 메두사의 머리가 남성 성기를 거세하려는 여성 성기를 상징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외꺼풀의 미학

서양 중세시대에는 선하게 보이는 눈을 아름다운 눈으로 쳤다. 이 시대에 그려진 여성의 눈은 대부분 먼 곳에 시선을 둬 멍하게 보이도록 표현돼 있다.

보티첼리의 ‘아프로디테의 탄생’에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멍한 눈으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있다. 예수와 성모마리아를 그린 성화도 하나같이 시선을 먼 곳에 두고 약간 처진 듯한 눈으로 그려졌다.

19세기에 그려진 한국의 미인들은 쌍꺼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쌍꺼풀 없이 가느다란 긴 눈을 갖고 있는데 은근히 요염한 분위기를 풍긴다. 조선 후기의 미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보 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눈도 그렇다.

중국의 절세미인 양귀비 또한 외꺼풀의 큰 눈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양귀비가 살았다는 중국 황실의 별장인 화청궁에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요염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꺼풀 큰 눈의 양귀비 초상화가 걸려 있다.

현대에는 쌍꺼풀이 있는 크고 시원한 눈을 예쁜 눈이라고 생각한다. 동양인이 쌍꺼풀이 있는 경우는 30% 미만. 하지만 주변을 보면 쌍꺼풀이 없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을 갖기 위해 쌍꺼풀 테이프로 쌍꺼풀을 만들기도 한다. 깊고 그윽한 눈이 탐나 속눈썹을 붙이는 사람도 있다.

○건강한 눈을 위하여

현대인의 눈은 장시간 컴퓨터 사용과 TV 시청으로 혹사당하고 있다. 한 시간 동안 모니터를 봤다면 10분 정도는 쉬어야 한다. 눈을 감았을 때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눈이 심하게 피로하다는 증거다. 먼 곳을 응시하거나 간단한 마사지로 눈의 피로를 풀어 주는 것이 좋다. TV를 시청할 때는 2m 이상 떨어져서 보고 컴퓨터 모니터와의 거리는 60cm가 적당하다. 실내조명은 적당히 밝게 유지하는 것이 눈의 피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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