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J은 최신호(7일자)에서 한국의 대형 의료·연구기관인 차병원측과 이 병원 출신 김정환 박사가 연구논문을 놓고 소송 중이라며 이로 인해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 후 계속돼온 한국 과학계의 신뢰회복 노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BMJ에 따르면 문제는 김 박사가 차병원의 이숙환 교수 연구실에서 '혈액검사를 통한 조기폐경 위험 진단'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모교인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이 논문이 한국산부인과학회지와 미국 저널 '임신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에 잇따라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2003년 박사학위 취득 후 싱가포르의 한 연구기관으로 옮긴 김 박사의 논문은 2004년 1월 산부인과학회지에 이숙환 교수와 김 박사 등의 공동논문으로 게재됐고 이어 2005년 12월에는 영어로 번역돼 '임신과 불임'에 실렸다. 그러나 '임신과 불임'에 실린 논문에는 제1저자가 차병원 차광렬 원장으로, 이숙환 교수는 공동연구자로 되어 있는 반면 김 박사는 빠져 있었다.
김 박사는 지난해 12월 이를 표절로 보고 차 원장과 이 교수 등을 저작권 위반으로 고발, 현재 이 교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 교수는 김 박사를 명예훼손과 연구자료 절도 등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김 박사는 이 연구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자금이 투입된 자신의 연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차병원측은 김 박사가 차병원에 오기 전인 1998년부터 차 원장이 이 연구를 계획했고 이 교수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2002년부터 수행한 '불임 및 생식유전체센터사업'에 포함되어 있다고 맞서고 있어 논문에서 김 박사의 이름이 빠진 경위와 누가 저작권자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국내 연구자들이 한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해 학계의 원칙을 위반한 점과 연구자의 역할과 논문저자에 대한 엄격한 규정 및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국내 학계가 국제적으로 눈총을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BMJ은 이 사건이 드러난 후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공동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하버드의대 김광수 교수가 '임신과 불임'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 "나는 이런(논문 중복 게재) 관행에 강력히 반대하며 한국 과학계 지도자들에게 이의 근절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유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세계 최초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늑대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발표에 대해 자료조작 의혹이 제기된 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며 한국에서 황우석 논문조작 논란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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