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중복게재, 한국 과학계 다시 도마 위에

  • 입력 2007년 4월 12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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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자들이 동일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하고 저자들이 저작권 문제 등으로 법정 다툼을 벌여 한국 과학계가 다시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고 의학저널 브리티시메디컬저널(BMJ)이 보도했다.

BMJ은 최신호(7일자)에서 한국의 대형 의료·연구기관인 차병원측과 이 병원 출신 김정환 박사가 연구논문을 놓고 소송 중이라며 이로 인해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 후 계속돼온 한국 과학계의 신뢰회복 노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BMJ에 따르면 문제는 김 박사가 차병원의 이숙환 교수 연구실에서 '혈액검사를 통한 조기폐경 위험 진단'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모교인 고려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이 논문이 한국산부인과학회지와 미국 저널 '임신과 불임(Fertility and Sterility)'에 잇따라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2003년 박사학위 취득 후 싱가포르의 한 연구기관으로 옮긴 김 박사의 논문은 2004년 1월 산부인과학회지에 이숙환 교수와 김 박사 등의 공동논문으로 게재됐고 이어 2005년 12월에는 영어로 번역돼 '임신과 불임'에 실렸다. 그러나 '임신과 불임'에 실린 논문에는 제1저자가 차병원 차광렬 원장으로, 이숙환 교수는 공동연구자로 되어 있는 반면 김 박사는 빠져 있었다.

김 박사는 지난해 12월 이를 표절로 보고 차 원장과 이 교수 등을 저작권 위반으로 고발, 현재 이 교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 교수는 김 박사를 명예훼손과 연구자료 절도 등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

김 박사는 이 연구가 자신의 아이디어와 자금이 투입된 자신의 연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차병원측은 김 박사가 차병원에 오기 전인 1998년부터 차 원장이 이 연구를 계획했고 이 교수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2002년부터 수행한 '불임 및 생식유전체센터사업'에 포함되어 있다고 맞서고 있어 논문에서 김 박사의 이름이 빠진 경위와 누가 저작권자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논란은 국내 연구자들이 한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해 학계의 원칙을 위반한 점과 연구자의 역할과 논문저자에 대한 엄격한 규정 및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어서 국내 학계가 국제적으로 눈총을 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BMJ은 이 사건이 드러난 후 차병원 줄기세포치료연구센터 공동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하버드의대 김광수 교수가 '임신과 불임'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 "나는 이런(논문 중복 게재) 관행에 강력히 반대하며 한국 과학계 지도자들에게 이의 근절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유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세계 최초로 멸종 위기를 맞고 있는 늑대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발표에 대해 자료조작 의혹이 제기된 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며 한국에서 황우석 논문조작 논란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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