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콘서트’저자 정재승 교수 “사랑의 정체를 밝혀 봅시다”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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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콘서트’의 저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정재승(35·물리학·사진) 교수가 이번 학기에 ‘사랑 콘서트’를 열었다.

KAIST에서 처음으로 ‘사랑학 개론(All about Love)’을 개설해 지난달 26일부터 강의에 나선 것.

3학점짜리 교양선택인 이 과목은 인류학, 사회학, 문학, 화학, 물리학, 신경과학, 인공지능, 기계공학 등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사랑의 정체를 탐색해 보는 지적 탐험이다.

정 교수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여러 학문 분야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갖춘 창조적 과학도 육성이 최근 과학계의 화두여서 이 과목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사랑의 시대적 변천 및 다양한 문화와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볼 예정.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지금보다는 훨씬 가까운 곳에서 사랑의 대상을 찾아 결혼했고 중매쟁이의 중요성도 컸다.

최재천 서울대 교수와 작사가 심현보 씨, 김동식 인하대 교수,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 등 4명을 차례로 특별 초청해 진화론과 대중음악, 문학, 영화 속의 사랑에 대해 살펴보는 기회도 마련했다.

KAIST 학생들에게는 과학적 접근에 대한 기대가 더 클지 모른다.

재미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몸과 신경의 상태와 그 변화’. 이 탐구를 통해 “이쯤 됐으면 정으로 사는 거 아냐”라는 결혼 10년 된 부부의 푸념이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람의 뇌에서는 열정(사랑)에 빠졌을 때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는 18개월∼3년 동안 지속되고 그 이후에는 편안함(정)을 느낄 때 나오는 옥시토신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몸에 변화가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몸의 변화 때문에 사랑을 느끼는지’도 탐구 대상.

물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가슴이 뛰는 상황, 극적인 심리상태에서 쉽게 사랑에 빠져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 실험에 따르면 각각 흔들리는 다리와 고정된 다리 위에 있는 성인 남자에게 설문조사를 빙자해 여자를 접근시킨 뒤 연락처를 주면 흔들리는 다리 위의 남자들이 대부분 연락을 해 온다.

하지만 이런 뇌 신경회로의 화학적 물리적 변화가 사랑의 원인인지, 부산물인지, 결과인지는 분명치 않아 사랑이 영혼의 영역인지, 뇌 신경회로의 문제인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된다. 뇌 신경회로의 문제라면 사랑을 느끼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이 과목은 토론과 각종 과학적 주제에 대한 실험 등으로 이뤄졌다. 또 10권의 책을 읽어야 하고 5번의 리포트와 5분 스피치를 해야 하는 등 일정이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95% 이상이 사랑을 영혼의 문제라고 보고 있는데 KAIST 학생들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해요.”

정 교수는 “이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사랑도 잘 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보다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이해와 해석을 하며 통합적 사고를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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