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0년된 ‘매운맛’…중남미 에콰도르에 칠리고추 경작 흔적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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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기로 소문난 멕시코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재료가 바로 ‘칠리고추’(사진)다. 한국의 청양고추보다 20배나 더 맵다는 이 고추는 고유의 칼칼한 맛에, 항암 성분까지 들어 있어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칠리고추의 그 지독한 맛은 기원전부터 끈질기게 사랑받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남미 지역의 오래된 토기를 조사한 결과 칠리고추가 약 6000년 전부터 북남미 대륙 전역에서 경작됐다는 증거를 포착했다.

지금까지 칠리고추는 14세기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이 경작한 데서 시작됐다고 알려졌을 뿐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농산물이 잘 썩고 보존하기 힘들어 그 기원을 추적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린다 페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하마에서 페루 남부에 이르는 7개 지역에서 발굴된 토기에서 칠리고추 가루의 흔적을 분석했다. 식물마다 고유 세포인 규소체 모양이 서로 다른 점에 착안해 현재의 칠리고추와 비교한 것. 보통 칠리고추의 규소체는 적혈구 세포처럼 생겼다. 사람이 재배한 칠리고추 전분 낱알은 야생 칠리고추와도 확연히 다르다.

조사 결과 남미 에콰도르 동남쪽 유적 2곳에서 발견된 고춧가루가 6100년 전에 경작된 작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파나마에서는 이미 5600년 전부터, 페루 안데스 지역에선 4000년 전부터 칠리고추가 옥수수, 감자와 함께 식탁에 올랐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페리 박사는 “당시에도 칠리고추가 옥수수나 카사바 같은 곡물의 밋밋한 맛을 없애는 데 최고의 재료였던 것 같다”며 “‘칠리고추가 빠진 라틴아메리카 요리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의 근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 16일자에 발표된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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