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우주인은 '과학홍보 대사'

  • 입력 2006년 12월 25일 20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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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를 타고 지구로부터 약 350㎞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 8일 가량 머물면서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은 우주에서 돌아온 뒤 어떤 신분을 갖게 되며 어떤 대우를 받게 될까.

◇'우주 영웅'으로 기려질 듯 = 그는 일단 신분에 관계없이 당장 '우주 영웅'으로 추앙받고 우리나라 우주개척사에서 '선구자'라는 역사적 인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10월 '선저우(神舟) 5호'를 타고 지구궤도를 선회한 후 무사귀환한 중국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는 곧이어 중교(中校.중령급)에서 정복 어깨 위에 붉은 별 3개의 계급장이 달린 상교(上校)로 진급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얼마 안돼 대령과 준장 중간계급인 대교(大校)로 승진했으며 '우주 영웅'이라는 칭호와 함께 각종 행사에 귀빈으로 초청받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는 중국이 준비중인 '선저우 7호'에 다시 탑승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으로 우주를 경험한 우리나라 첫 우주인은 앞으로 이어질 우리나라 우주개척 사업에서 다각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어질 제2, 3의 한국우주인에게도 우주경험 등을 들려주며 우주인 양성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 홍보대사 활동 =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우주 영웅'이란 막연한 칭송외에 실제 신분도 현재와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지구로 귀환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의 가장 큰 임무는 '과학기술 홍보대사'의 자격으로 범국민 과학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는 것이다.

과기부 강병삼 우주기술협력팀장은 "한국 첫 우주인이 일반인의 자격으로 과학기술 홍보대사로 활동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그의 신분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를 놓고 다각적인 검토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그의 소속을 항우연으로 변경한 뒤 과학기술 홍보대사에 걸맞은 특별한 직위와 대우를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팀장은 "우주인이 현재 소속된 직장을 갖고 있는 만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할 것이지만 그가 우주인에 도전한 이상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과학기술 홍보대사 활동에 적극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자국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해놓고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그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어렵게 지내는 사례도 있다"면서 "이는 본인과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91년 영국의 최초 우주인이 된 헬렌 셔먼은 당시 27세의 나이로 길거리를 지나다가 라디오에서 우주인 모집 광고를 듣고 지원한 여성과학자였다. 정부의 지원없이 민간기업의 후원으로 우주여행을 하면서 영국 여왕사진을 지참해 영국인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받는 등 국민적 영웅으로 부각됐고 과학기술 홍보대사로 임명돼 국내외서 과학홍보와 강연 활동을 벌였다.

러시아,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인을 배출한 국가들은 우주인을 모두 우주 관련 기관에 배치한 뒤 우주프로젝트에 투입하거나 각종 강연활동을 통해 우주를 비롯한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 '광고모델'로도 큰 인기끌 듯 =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우리나라 '과학홍보 대사'로서의 기능 외에 정상급 광고 모델로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외국의 우주인들은 ISS에 머물면서 기업광고를 촬영하거나 지구로 귀환한 뒤 광고모델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ISS에서 우주인이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TV광고로 활용됐다. 광고주는 일본의 한 식품업체. ISS에서 촬영한 지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주인이 컵라면을 시식하는 장면을 간접적으로 내비쳐 광고효과를 극대화했다.

이 광고는 일본 잡지 오리콘스타일이 실시한 고교생의 TV광고 호응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01년에는 ISS 사령관에게 12살의 딸이 '아버지의 날' 선물을 쇼핑백에 담아 전달하는 장면이 광고로 등장했다. 쇼핑백에는 미국의 가전업체 라디오색의 회사로고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광고비용은 약 1억원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피자 전문업체인 피자헛도 우주선에 회사로고를 부착하고 ISS에서 우주인이 자사의 피자를 먹는 장면을 담아 광고로 활용했다. 광고비용은 수십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1996년 코카콜라, 펩시콜라 등이 ISS에서 자사의 음료수를 마시는 광고에 수십억 원을 들였고 이스라엘의 우유회사, 미국의 쇠고기 육포회사도 우주인을 자사의 광고모델로 활용했다.

이처럼 우주인을 광고모델로 활용한 광고는 그 비용이 수억-수십억 원에 이를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도 머지않아 기업들의 광고요청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강병삼 우주기술협력팀장은 "우주인이 개인적으로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소속기관인 항우연의 동의하에 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인이 소비, 사치, 향락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상이 아닐 경우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굳이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 팀장은 "우주인을 향후 어떻게 대우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우주인 탄생이 앞으로 1년6개월 가량 남은 만큼 우주인의 광고출연 등에 대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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