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심사싸고 ‘∼카더라’에 뒤숭숭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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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의 신약(新藥)은 6개월 뒤 가격을 다시 심의받기로 했다더라.”

“올해 들어 항암제 가운데 보험 적용이 결정된 신약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을 둘러싼 악성 루머로 뒤숭숭하다.

11월로 예정된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포지티브 리스트) 도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제약사가 신청한 신약 가격 및 건강보험적용 결정을 무더기로 반려한 데 따른 것이다.

○ “새 제도 도입 전 신약 허가 받자”

올해 5∼8월 심평원의 국내 및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관련 심의는 4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심평원이 제약사에 자료 보완 등을 이유로 재심의를 결정한 심의 건수도 같은 기간 11건(46%)에서 32건(74%)으로 늘었다.

제약사가 신약 신청을 서두르는 것은 새 제도(포지티브 리스트)가 도입되면 가격 대비 효능이 기존 약에 비해 뛰어나다는 ‘경제성’이 입증된 약만 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 지금은 예방 건강진단 등을 제외한 모든 허가 의약품이 원칙적으로 보험 대상이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신약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판매 허가로부터 복지부의 약가 고시(告示)까지의 기간이 현재 150일 이내에서 360일 이내로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이다.

다국적 제약사 H사의 한 관계자는 “신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의무화되는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아직은 권고사항인 경제성 심의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신약의 보험적용 불이익, 현실화?

제약업계는 그동안 포지티브 리스트가 도입되면 투자가 많아 가격이 비싼 신약이 보험 적용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

다국적 제약사인 S사는 “벌써부터 신약에 대해 가격만큼의 효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심평원의 결정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협회 측은 “약의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가 국내에 20여 명 선에 불과하다”며 “제약업체가 경제성 평가 의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를 받은 뒤 다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을 해야 하는 것도 업계 측에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평수 건보 상임이사는 “현재 신약의 가격은 소득이 높은 선진국의 약가를 기준으로 결정돼 일부 비싼 약이 있다”며 “새 제도에선 가격 협상 절차를 도입하고 유통량에 따라 약가를 조정할 수 있는 등 사후관리 체계를 강화해 적정 약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포지티브 리스트:

정부가 약의 안정성과 효능을 인정해 판매를 허가했더라도 가격과 효능을 비교하는 경제성 평가를 거쳐 보험을 적용하는 제도. 선별등재제도라고도 불린다. 이와는 반대로 판매 허가를 받은 약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보험을 적용하는 제도가 ‘네거티브 리스트’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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