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수면병' 퇴치할 수 있는 길 열려

  • 입력 2006년 8월 27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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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없어지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아프리카 수면병'을 일으키는 기생충을 퇴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생화학과 이소희(27) 박사가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은 27일 "동물의 혈액 속에 사는 트리파노소마라는 기생충이 생명유지에 필요한 지방산을 합성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수면병은 '체체파리' 등의 흡혈파리가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들일 때 편모충인 '트리파노소마'가 몸속으로 들어와 감염되는 질환이다.

흡혈파리에 의해 옮겨진 이 병원체는 벌레나 숙주의 혈관에서 증식하는 방법으로 번식한다. 트리파노소마는 수가 늘어나면 뇌 속으로 침입하기도 하며 이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연구팀은 트리파노소마의 몸속에서 '일롱게이즈'라는 단백질이 지방산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에서는 일롱게이즈가 이미 생성된 지방산의 덩치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이 박사는 "지방산은 세포를 둘러싼 막을 구성하고 생체 내의 화학 반응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라며 "트리파노소마에서 일롱게이즈를 차단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수면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적의 유학생인 이 박사는 고(故) 이상선 전 한국교원대 생물학과 교수의 딸로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 텍사스대학(생화학 전공)을 졸업한 뒤 존스홉킨스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연구결과는 세포생물학 분야의 권위지인 '셀' 25일자 온라인 판에 소개됐다.

임소형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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