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 파괴않고 줄기세포 첫 복제’ 연구참여 정영기 박사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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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가 인간 배아를 손상하지 않고 배아 줄기세포를 복제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을 개발했다고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24일(현지 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외신들은 ACT가 이날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주요 뉴스로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기술이 다른 실험실에서도 검증된다면 생명윤리를 둘러싼 줄기세포 연구의 큰 걸림돌이 제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의 공동 제1저자 중에는 한국인 정영기(45·사진) ACT 핵복제 및 줄기세포 연구팀장도 들어 있다.

현재 매사추세츠 주 워스턴에 살고 있는 정 팀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줄기세포 배양 방식은 초기 배아로부터 한 개의 세포만을 떼어내 다른 줄기세포로 키우는 만큼 나머지 배아세포는 온전하며 이를 정상적으로 길러 자궁에 이식해도 문제가 없다”며 “줄기세포 배양의 윤리논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ACT 연구팀은 이틀 자란 배아, 즉 수정란이 8개의 세포로 분화된 상태의 배아에서 1개 세포를 떼어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정 팀장은 “나머지 7개 세포로 구성된 난자는 다시 정상적으로 신생아로 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배아 줄기세포 배양 방법은 수정란으로 만든 배아나 체세포 핵이식 방식으로 만든 배아를 약 5일 동안 배양한 다음 파괴해 그 세포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윤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 팀장은 “새로운 방식으로 줄기세포를 길러낼 경우 윤리적 논란 없이 앞으로 신생아들이 장래 불의의 사고나 질환 발생 시 대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이번 연구과정에서 6개의 수정란에서 1개의 셀을 추출해 2개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정 팀장은 수정란 8개 세포 중 7개가 커서 정상아가 출산된 뒤 나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질환에 걸릴 경우 수정란 때 추출 배양한 줄기세포가 근육, 신경, 조혈세포 등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팀장은 전남대 수의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00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번식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복제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2003년 2월 말 캘리포니아 주 앨러미다에 있는 ACT에 합류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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