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현]노로 바이러스는 전염병 원인물질

  • 입력 2006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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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식중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한 해 1조3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번 학교 급식 식중독 사고로 생긴 환자는 2872명.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집계하는 연간 식중독 환자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임을 감안할 때 큰 사고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식중독 원인체가 노로바이러스(norovirus)라고 발표하는 것을 보고 실체를 좀 더 정확히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로타바이러스와 함께 바이러스성 구토 설사병의 주요 인자이다. 위생과 의료시스템의 미비로 전염되는 후진국형 질병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아주 빈번히 발병해 확산되는 전염병 인자이다. 미국의 경우만 봐도 1996∼2000년 5년 동안 미국질병관리국(CDC)에서 파악한 노로바이러스의 발병은 348회에 이른다. 2000년 이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위생 선진국에서도 이 병원체가 식중독을 제일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장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등에 의한 일반 세균성 식중독은 원인균이 증식한 부패한 음식을 통해 1만 개에서 많게는 수십만 개의 세균을 섭취해야 발병한다. 노로바이러스는 100개 미만의 바이러스가 입으로 들어가도 병을 유발한다. 환자의 배설물 1g에서 10억 개 정도의 바이러스가 검출된다고 보고되고 있으므로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10g의 환자 배설물에 있는 바이러스로 100억 명, 그러니까 지구 전체 인구를 감염시키고도 남는 감염력을 가진다.

이렇게 높은 감염률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건장한 성인의 경우 증세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나 어린 학생은 쉽게 증상이 나타나지만 세균성 감염에 비하면 아주 경미한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는 환자 가검물에서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식품에서 직접 검출한 예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즉 식중독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식품에서 노로바이러스를 직접 검출하는 기술이나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노로바이러스를 일으키는 주된 원인 식품은 가열하기가 곤란한 신선 야채류, 음용수, 조개류로 알려져 있고, 주로 수질 등의 환경오염과 조리 종사원의 개인위생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이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 식품에 대한 역학조사를 장기간에 걸쳐 하겠다고 했으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개발된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급식을 운영하는 주체가 포괄적인 책임을 지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재연될 확률이 크다.

당국과 민간부문은 첨단의 식품 안전 기술을 개발하고 과학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지금부터라도 고민을 같이 시작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건강한 성인보다는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학교와 양로원 등에 대한 철저한 위생관리 대비책이 필요하다.

또 지금까지 알려진 식중독 세균보다 다소 낯선 바이러스가 어디서나 병을 일으킬 수 있음을 널리 알리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발병하면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전염병처럼 신속하게 현장을 격리하고 정보를 공개해 2차 감염 또는 추가 전염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박종현 경원대 교수 식품미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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