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 코리아!…한국기술 184건 채택-심의

  • 입력 2006년 6월 26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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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나라(가명·35) 씨의 TV는 ‘똑똑하다’.

TV를 켜면 알아서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나온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녹화했다가 원하는 시간에 틀어 주는 ‘개인 맞춤형 방송’ 서비스 때문이다.

김 씨는 ‘똑똑한 TV’의 첨단 서비스를 받으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푼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용화될 개인 맞춤형 방송 서비스는 한국 기술이 국제표준이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한국의 기술 규격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한국의 과학기술이 최근 잇따라 국제표준으로 채택돼 한국이 국제 과학기술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한 국제표준 선점 경쟁에 한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국제공인땐 매년 로열티 받아

개인 맞춤형 방송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시청자가 어떤 프로그램, 어떤 탤런트를 좋아하는지 서비스 제공 회사가 알아야 한다. 시청자 정보 데이터의 안전한 ‘소통’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자부품연구원 디지털미디어연구센터는 2003년 네트워크상에서 안전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방송기술을 개발해 작년 5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서 국제표준으로 공인받았다.

이종설 선임연구원은 “2010년부터 매년 수백만 달러의 로열티 수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가스분석표준그룹 김진석 박사팀은 2004년 11월 공기의 무게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무겁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정밀 가스질량 분석기술을 이용해 공기 중 아르곤(Ar) 성분의 농도를 0.933%로 측정했다. 미국표준기술연구소(NIST)가 1969년 0.917%로 정의한 게 틀렸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우리의 측정값으로 공기 조성 비율을 보정하면 1kg의 스테인리스강은 1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정도 무게가 더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각종 단위와 측량법의 국제표준을 정하는 국제도량형국(BIPN)은 작년 5월 김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국제표준으로 승인했다.

표준연 첨단산업측정그룹 문대원 박사팀은 반도체 박막 두께 측정에서 세계표준을 이끌고 있다. 실리콘 표면에 붙어 있는 불순물 분포 측정값의 정확도에 따라 반도체 성능이 결정되는데 이 측정기술을 문 박사팀이 개발했다.

이 기술은 2003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으로 채택돼 세계 반도체 제작의 ‘기준’이 됐다.

○미개척 생명과학 주도 기대

연세대 의대 의학공학교실 서활 교수팀은 ‘세포기반이식재’의 제작 및 활용 기술을 지난해 ISO에 제출했다.

환자에게 건강한 조직세포나 줄기세포를 주입해 치료하는 것을 ‘세포치료’라고 하는데, 건강한 세포에 세포기반이식재를 붙이면 세포가 손상된 곳으로 더 정확히 찾아갈 수 있다.

ISO는 올해 9월 서 교수팀 기술의 표준안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서 교수는 “생명공학기술(BT)은 확립된 표준이 적기 때문에 한국이 선점할 수 있는 분야”라며 “이번 표준안이 채택되면 한국이 세포치료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SDI 중앙연구소 김병훈 책임연구원은 2003년 유해물질인 브롬(Br)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해 작년 6월 국제질량분석학회에서 발표했다.

브롬은 전자제품이 불에 잘 타지 않게 하는 6가지 첨가물질 중 하나로 유럽연합(EU)은 다음 달부터 이 물질 사용을 규제한다.

브롬 분석방법에 대한 국제표준 채택 여부는 올해 8월 국제전기표준회의(IEC)에서 확정된다.

○표준경쟁은 총성없는 전쟁

세계 각국은 자국의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도록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기표원)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한국이 가입한 ISO, IEC 산하 기술위원회는 총 662개.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많다. 국제표준화 활동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작년 말 현재 국제표준에 반영됐거나 심의 중인 한국 기술은 184건에 이른다. 올해 국제표준으로 새로 제안할 기술도 무선인식(RFID), 동영상 압축(MPEG), 반도체 센서 등 분야에서 35건이나 된다.

한국표준협회 황만한 산업표준본부장은 “국제표준은 국가의 중요한 무형 자산”이라며 “다른 나라 표준에 맞추던 한국이 기술표준을 제안하는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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