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임장후박사 23개 유전병 메커니즘 규명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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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주도한 국제공동연구팀이 23개 유전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걸음걸이 이상 증상의 발생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했다.

미국 배일러대 의대 인간분자유전학과 박사후연구원 임장후(32·사진) 박사는 “세포 내의 여러 단백질들 간에 일어나는 770가지 상호작용 때문에 걸음걸이 이상 증상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포생물학 권위지 ‘셀’ 19일자에 소개됐다.

1000가지가 넘는 인간의 유전병 가운데 척수소뇌위축증, 운동실조증 등 23가지에서는 공통적으로 걸음을 뒤뚱거리며 걷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병들의 영문 이름에는 모두 ‘운동기능 장애’를 뜻하는 ‘ataxia’라는 말이 붙는다.

이들 23가지 유전병 환자들은 소뇌에 있는 ‘퍼킨지세포’가 파괴돼 잘 걷지 못하는 것. 퍼킨지세포는 운동능력을 관장하는 신경세포의 일종이다.

그동안 유전병을 일으키는 23개 단백질 각각이 퍼킨지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임 박사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23가지 단백질이 공격하는 과정에 분명 공통적인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다른 단백질에 결합하거나 활성화시키는 등 각종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 임 박사팀은 두 단백질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게 만들어진 돌연변이 효모를 준비했다. 또 효모에 걸음걸이 이상을 일으키는 23가지 단백질과 사람의 몸에 있는 2만4000여 개의 다른 단백질을 하나씩 넣고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 23가지 단백질이 561개의 단백질들과 770가지나 되는 상호작용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70가지 상호작용 가운데 일부가 걸음을 뒤뚱거리며 걷는 증상을 일으키는 데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얘기다.

임 박사는 “23개 유전병의 공통 증상 메커니즘을 한꺼번에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770가지 상호작용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찾으면 여러 유전병을 동시에 치료할 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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