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원로 “철거원자로 교육용으로 보존을”

  • 입력 2006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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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2’ 가동 30주년을 맞아 과학계 인사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지금은 해체될 상황에 놓여 과학계 원로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1992년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2’ 가동 30주년을 맞아 과학계 인사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지금은 해체될 상황에 놓여 과학계 원로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 원자력발전의 도화선이 된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2(TRIGA Mark-II)가 철거될 상황에 닥쳤다.

과학계 원로들은 트리가마크2가 과학 유물로서의 가치가 큰 만큼 ‘원자력과학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한다며 철거에 반대하고 나섰다.

트리가마크2는 1959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소재 원자력연구소(한국원자력연구소의 전신)에 설치된 한국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이다. 미국 제너럴아토믹사에서 도입한 이 원자로는 1962년 본격 가동을 시작해 국내 병원의 질병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고 각종 원자력 연구에 활발히 활용돼 왔다. 1972년에는 같은 용도로 트리가마크3가 본격 가동됐다.

이후 정부가 국내 연구소들을 대전 대덕연구단지로 이전시킴에 따라 1985년 원자력연구소도 자리를 옮겨야 했다. 문제는 콘크리트 등으로 견고하게 설치된 원자로를 분해해 옮길 방법이 없었다는 점. 당시 연구소는 한국전력공사와 전체 부지(22만 평)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두 개의 원자로는 향후 연구소가 해체해 없앤다는 조건이었다.

트리가마크2와 3는 1995년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 내에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준공된 전후 가동을 멈췄다. 이후 방사능 오염원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트리가마크3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가 지난해 말 완전 해체했다.

한국 원자력발전의 산 증거인 트리가마크가 사라지기 시작하자 2000년 과학계 인사 50여 명이 나서 ‘연구용원자로보존추진위원회’(위원장 임용규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 이사장)를 결성했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채영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과 박긍식 한국과학문화연구원장, 박익수 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을 비롯한 원로들이 주도하고 있다.

임 위원장은 “트리가마크를 운용하던 인력이 이후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며 “한국 원자력발전의 ‘조상’ 격인 트리가마크를 없애는 것은 스스로 역사적 유물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남아 있는 트리가마크2는 가칭 ‘원자력과학문화재’로 지정해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며 “이달 초 건의문을 작성해 과기부, 산업자원부, 한전 측에 전달한 상태”라고 했다.

지난날 ‘과학 유물에 대한 고려 없이’ 체결된 계약 때문에 국내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가 철거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기윤 한국과학사학회장은 “일본은 첫 연구용원자로(JRR-1)를 보존해 국민 과학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과학 유물을 얼마나 잘 보존하느냐가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려 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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