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초기에 잡자]<2>유방암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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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력 있고 나이 50 이상 땐 가능성 높아

지난해 2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던 회사원 이모(25·여) 씨. 미국에 도착하고 얼마 안 돼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흘러내려 깜짝 놀랐다. 자고 일어나면 많지는 않지만 속옷에 묻을 정도였다.

급히 귀국해 세브란스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유선에 혹이 생긴 양성 유방질환이었다. 이를 제거한 뒤 1년 남짓. 그런데 최근 유두에 전과 마찬가지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배어 나와 이 씨의 마음을 산란하게 했다.

이 씨는 지난달 11일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유방클리닉의 박병우 교수를 찾았다. 박 교수는 한 해 300여 명의 유방암 환자를 수술하고 있으며 2003년 동아일보 베스트 닥터 유방암질환 명의로 선정된 바 있다.

“큰 병은 아닌지 걱정돼요. 오른쪽 유방 부위가 부었는지 딱딱한 느낌도 들어요.”(이 씨)

박 교수는 그녀의 유두를 중심으로 유방을 조심스럽게 촉진했다.

“일단 멍울이 만져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족력과 젊은 나이에 양성 종양으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고 다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왔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와 유방 촬영검사, 조직 검사를 통해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해야겠어요.”(박 교수)

이 씨는 혹시 암으로 진단되면 어떻게 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2001년 어머니가 유방암이 재발돼 항암 치료를 받다 결국 돌아가신 아픈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유방에 혹이 만져지거나 분비물이 나온다고 해서 유방암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특히 혈성 유두분비물은 생리주기마다 가슴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조직이 민감해져서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어요. 혹도 10%에서만 암으로 진단되고 나머진 섬유선종이나 섬유낭종 등과 같은 유방의 섬유조직이 뭉쳐진 양성질환이죠.”(박 교수)

○ 초음파로 진단, 바늘로 의심부위 찔러 떼내

박 교수는 이 씨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실제 혈성 분비물이 암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1∼10% . 박 교수는 분비물이 나올 때 유두를 자세히 살펴보라고 말해 줬다.

“유두엔 젖이 나오는 구멍이 10∼20개 있어요. 만약 여러 구멍에서 분비물이 나온다면 암보다는 전신질환이나 호르몬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아요. 대개 암에 걸리면 한 쪽 구멍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지요.”(박 교수)

그러나 이 씨는 상대적으로 암일 확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에 다른 쪽 유방에 혈성 분비물이 나왔고 나이가 50세 이상이라면 암일 가능성이 30∼50% 높아진다.

가족력이 있는 이 씨는 유전자 검사도 같이 받기로 했다. 혈액검사를 통해서 BRCA-1, 2 등 유방암 관련 유전자 여부를 보는 것이다. BRCA 유전자가 있으면 60∼70%로 유방암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이 씨는 지난해에도 한 차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무덤덤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있다”며 “가족들이 많이 격려해 주고 안심시켜 줘서 많은 위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뒤 이 씨는 유방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또 일주일. 초음파 검사에서 암으로 의심되는 조직이 보여 그 조직을 떼어내 검사하는 ‘맘모톰’ 검사를 받았다. 맘모톰은 초음파실에서 굵은 바늘을 유방 혹 부위에 찔러 조직 일부를 살짝 떼어 낸다. 국소 마취를 하고 시술하며 30분 정도면 시술이 끝난다. 비용은 70만∼80만 원.

이 씨는 시술 뒤 지혈이 잘 안 돼 멍이 심하게 들었다. 사흘 동안 샤워나 팔을 올리는 운동을 피하는 것도 불편했다. 조직검사 결과는 이틀이 지난 후 나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전문가 진단

검사 결과는 결국 초기 암이었다. 하지만 암이 여러 개 있고 넓게 자리 잡아 부득이 우측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미혼이라는 점과 젊은 나이를 고려해 실리콘이나 복부 지방을 유방 제거 부위에 집어 넣는 유방 재건술도 시행할 예정이다.

다른 암이 그렇듯이 유방암의 발병 원인도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유방암과 관련된 위험 요인은 알려져 있다.

우선 비만과 음주. 정상 이상의 지방과 유방암 발병이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으며, 매일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은 발병률을 18% 정도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젊은 여성의 지나친 다이어트에 의한 저체중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도리어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20, 30대의 키가 크고 깡마른 여성이 다이어트를 할 경우 더욱 그렇다.

또 매일 두 잔 이상의 음주는 유방암 위험을 20% 이상 증가시킨다.

이 밖에 △12세 이전 초경을 시작하거나 55세 이후 폐경이 오는 경우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 △35세 이후 결혼 △폐경 후 비만 △모유 수유 기피 등 장기간에 걸친 여성호르몬 자극은 유방암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생존율
단계설명5년 생존율
0기유방암 전단계98%
1기초기90%
2기중기79%
3기중기57%
4기말기10∼20%
자료: 신촌 세브란스병원

어느새 서구형 암으로 알려진 유방암이 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의 유방암 환자들이 폐경을 맞은 60세 이상인 데 비해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는 절반 이상이 40세 이하의 비교적 젊은 나이다.

유방암을 조기진단하려면 매일 자신의 가슴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35세 이후에는 1, 2년 간격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때 유방암뿐만 아니라 전체 건강검진을 통해 혹시 모를 다른 질환의 예방도 꾀하면 더욱 좋다.

간혹 수술 후 암 치료에 좋다며 고가의 건강식품을 복용하거나 한 번에 수십만 원하는 면역증강제를 맞기도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라 권하지 않는다. 또 수술 후 채식주의자가 되는 환자도 있는데 육류 섭취를 아예 제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전신 건강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박병우 세브란스병원 유방클리닉 교수

※ 다음 순서는 간암입니다. 간암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은 e메일(health@donga.com)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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