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높던 어린이 20%는 커서도 고혈압…257명 추적조사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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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의 최명수(가명) 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최고 혈압 160mmHg, 최저 혈압 107mmHg로 고혈압 판정을 받았다. 최 씨는 “고혈압이 되기엔 아직 젊은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최 씨의 고혈압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20년 전인 1986년 최 씨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신체검사에서 그는 혈압이 10명 중 첫 번째일 정도로 높았던 것. 최 씨는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서일(徐一) 교수팀이 어린이 때부터 평생에 걸쳐 추적 조사하고 있는 인천 강화지역 257명 중 한 명이다.》

▽소아 비만, 성인 비만으로=서 교수는 “어릴 때 뚱뚱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저절로 살이 빠진다거나 키가 크기 전에 먼저 살이 찐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 오해”라고 지적했다.

6세 때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4개 그룹(Ⅰ∼Ⅳ)으로 나눈 뒤 평균 BMI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6세 때 13.7로 가장 낮았던 Ⅰ집단은 25세까지 지속적으로 가장 낮았고, 16.8로 가장 비만했던 Ⅳ집단은 지속적으로 가장 높았다.

서 교수는 “소아비만은 가족력도 있겠지만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과식하며 활동량이 부족한 탓이 크다”며 “생활습관은 어릴 때 조성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쉽사리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만성질환, 청년기 이전 시작”=대표적인 성인병으로 알려진 고혈압도 실제로는 소아기 혈압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국내 고혈압 환자는 930만 명에 이른다.

6세 때 평균 최고혈압이 최하위였던 Ⅰ-1그룹은 25세에 4개 그룹 가운데 혈압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최상위였던 Ⅳ-4그룹은 124.1mmHg로 고혈압의 위험이 가장 높았으며 46명중 9명이 25세에도 고혈압이었다.

서 교수는 “청소년기인 16세 때 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보유한 정도에 따라 25세 때 동맥경화의 진행 정도에서 차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만 고혈압 콜레스테롤 등 3개 위험인자 전부를 가진 경우 경동맥(頸動脈·목 부위의 동맥) 두께는 0.70mm였다. 2개를 가진 경우 0.69mm, 하나도 없는 경우엔 0.68mm였다.

미국의 ‘보갈루사 심장 연구(BHS)’도 성인의 각종 심혈관계 질환과 동맥경화증, 고혈압은 유년기에 시작되며 혈관에 기름띠가 생기는 등의 해부학적 변화는 5∼8세에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서 교수는 “혈압, 혈관질환 등은 청소년기 이전부터 진행되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는 중년 이후 관리하면 이미 늦다”며 “자녀가 비만이거나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생 추적 연구=학계에서 ‘강화 스터디’로 불리는 이 연구는 인천 강화지역 12개 초등학교 1학년 남자 211명, 여자 219명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강화 스터디는 특정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집단을 계속 추적해 가면서 그런 위험이 후에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를 밝히는 ‘코호트연구’다. 이 분야 연구로는 가장 오래됐다.

이 같은 연구는 예방의학에서 유용하지만 개개인을 평생 뒤따라 다녀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쉽사리 수행하지 못한다.

실제 강화 스터디의 대상인 어린이들은 각기 다른 중고교를 거쳐 일부는 대학으로 진학했고, 많은 경우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이 연구는 고혈압과 혈관질환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며 1997년까지는 연도별로, 이후엔 1999년과 2005년에 각각 조사가 진행됐다. 2004년 이후 조사 대상자들은 인터넷 싸이월드를 통해 서로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엔 연구 시작 20년을 기념하는 축하모임도 가졌다.

서 교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연구팀의 다른 일원이 이어받아 이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며 “강화 연구는 조사 대상자가 전부 사망할 때까지 ‘대를 이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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