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효능시험 조작…식약청, 10개품목 회수-폐기 지시

  • 입력 200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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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의약품(카피약)의 시판허가를 받기 위해 일부 시험기관이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내 생동성 시험의 80% 이상을 실시한 11개 기관과 이들 기관이 시험을 담당한 101개 약품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그 결과 10개 기관의 43개 약품 시험 결과가 원본파일과 달랐다. 이 중 4개 기관의 10개 약품은 약품의 혈중농도와 흡수율 등을 조작해 시판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은 조작이 확인된 10개 약에 대해 제조허가를 취소하고 유통 중인 약을 회수해 폐기토록 조치했다. 또 이들 4개 시험기관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식약청은 조작이 의심되는 33개 약품에 대해 추가조사를 벌이고, 이들 11개 기관에서 검사를 실시한 나머지 250개의 카피약에 대해서도 2개월 안에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골다공증 치료제 가장 많이 팔려=10개 약품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약은 뼈엉성증(골다공증) 치료제다. 다국적 제약회사 MSD의 포사맥스(성분 알렌드론산나트륨)를 복사한 △동아제약 포사네트정 △코오롱제약 코오롱알렌드론산정 10mg △환인제약 아렌드정 70mg 등이다. 이는 국내에서 처방되는 알렌드론산나트륨 약의 7.4%를 차지한다.

뼈엉성증 치료제를 제외한 나머지 약품의 시장점유율은 0.3% 내외로 크지 않다.

시험 결과를 조작한 4개 시험기관은 랩프런티어(5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시험연구센터(3건), 성균관대(1건), 바이오코아(1건) 등이다.

동아제약은 “정부가 인정한 35개 시험기관 중 가장 신뢰할 만한 기관을 선택했을 뿐”이라며 “시험기관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효 뻥튀기”=식약청은 국제기준에 따라 카피약의 혈중 최고 농도와 흡수율이 오리지널약의 80∼120%에 이르면 약효가 같다고 보고 판매를 허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일부 약품은 오리지널약의 70∼7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이 수치가 약효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며 약효 조작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권용진(權容振) 대변인은 “오리지널약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분명한 약효 뻥튀기다”고 비판했다.

울산대 의대 약리학과 김영훈(金泳勳) 교수는 “효능이 떨어지는 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약물의 종류와 질병에 따라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일반적으로는 부작용이 심각하지 않지만 간질 등 일부 질환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약품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문제없다”고 말하고 있다.

▽제약업체 타격 클 듯=식약청은 조작된 약품을 복용하는 환자는 처방전을 변경하고 다른 약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험 결과가 조작된 약을 사 먹은 환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의 뼈엉성증 치료제를 먹고 있는 류호정(39·여·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씨는 “효능이 비슷하고 가격은 싸다고 해 국내 제약사의 약을 선택했지만 앞으로 약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이영미(가명·58·서울 강서구 화곡동) 씨도 “어디 약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겠느냐”며 “도대체 보건당국은 그동안 뭘 하고 있었나”라면서 분개했다.

특허가 만료된 카피약 생산에 주력해 온 국내 제약사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가 판매하는 전문의약품 7700여 개 가운데 카피약은 3907개로 47%에 이른다.

SK제약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다 이번 사태까지 발생해 카피약 허가가 까다로워지고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며 “카피약이 좋은 약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청은 올해 안에 시험기관의 지정을 제약사가 아닌 식약청이 맡고 시험자료를 평가해 허가한 공무원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신약의 주성분을 이용해 개발한 복제의약품이 신약과 약효가 같은지를 평가하는 시험. 국내에서는 1989년부터 카피약 시판허가 전 필수 항목으로 의무화됐다.

::복제의약품(카피약)::

신약(오리지널약)의 화학적 성분과 함량을 같게 제조해 동일한 약효를 내도록 한 약. 첨가제나 제형 등이 달라 체내 흡수 정도는 신약과 다를 수 있다. 신약의 특허 기간이 끝나면 별도의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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