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 “NT-1, 처녀생식보다 체세포복제 가능성 높다”

  • 입력 2006년 3월 17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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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줄기세포의 각인검사 결과. 부계 유전자인 SNRPN와 Mest가 발현됐다.
1번 줄기세포의 각인검사 결과. 부계 유전자인 SNRPN와 Mest가 발현됐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NT-1(2004년 논문의 근간이 되는 1번 줄기세포)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난 1월 서울대 조사위는 최종 보고서에서 1번 줄기세포의 정체와 관련해 ‘처녀생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기정사실화 해서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직후 부터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처녀생식으로 단정 짓기엔 논거가 부족하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대 조사위에서 하지 않았던 1번 줄기세포의 ‘각인 검사(imprinting anlysis)’ 가 실시됐다. 그 결과 처녀생식에서는 보기 어려운 부계 유전자가 발현돼 1번 줄기세포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같은 검사결과와 관련해 동아닷컴은 생명공학, 생화학, 유전공학 전문가 등 10명에게 이 결과의 의미에 대해 자문을 구한 결과 조사위 관계자를 제외한 전원이 처녀생식 가능성이 적어 졌음을 의미한다는데는 의견일치를 봤으나 ‘그만큼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데 대해서는 긍정적이거나 유보적인 의견을 보였다.

특히 당시 서울대 조사위에서 1번 세포와 관련해 자문을 했던 서울대 서정선 교수까지 처녀생식 가능성에 대한 주장을 사실상 철회하고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가능성’을 제기했다.

◇“각인검사 결과, 의미 크다”=서울대 수의대는 지난 1월 1번 줄기세포를 각인 검사해 그 결과를 검찰에 제출했었고, 이 사실은 동아닷컴에 의해 지난 8일 보도된 바 있다. 그러나 수의대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3월 초 각인 검사(사진)를 다시 실시해 그 결과를 최근 동아닷컴에 전달해 왔다.

이 검사 결과에 따르면 1번 줄기세포에서 SNRPN와 Mest, 두 종류의 부계(父系)유전자가 발현됐다. 또 다른 부계 유전자 ARH1는 시료 문제로 열흘 가량의 시간이 더 소요돼 이번 검사에서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학자들은 단 하나라도 부계 유전자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국내 최고의 처녀생식 권위자 서정선 서울대 교수는 “1번 세포는 심하게 훼손되거나 변형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일 가능성이 있다”며 “처녀생식의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워낙 변이가 많이 생긴 세포이므로 배아복제라 하더라도 1번 줄기세포는 치료용으로 쓸 만큼으로 발전한 체세포 복제줄기세포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음 연구가 진행 됐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결국 아마추어적인 세포만 탄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인간 유전자 변이 연구 권위자 A 교수 역시 “각인 검사에서 부계가 나왔다는 것은 처녀생식의 가능성을 낮추고 체세포 복제의 가능성을 높힌다”며 “그러나 워낙 앞선 연구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확률로 높이거나 낮추는지는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개인적으로는 1번 줄기세포는 체세포 복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번 줄기세포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각인 검사 무용론’과 관련해 “이 계통에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것”이라며 “절대 각인검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완전한 증명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생화학자인 충북대 정의배 교수도 “각인 검사 결과 부계 유전자가 나왔다면 처녀생식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라며 “쥐나 다른 포유류 경우 미성숙 난자의 경우 각인 검사 결과에서 부계가 나올 수도 있다는 논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람에게도 적용될 지는 의문이고, 제가 판단하기엔 1번 세포에 사용된 난자는 미성숙한 난자도 아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각인 검사가 필요 없다는 소리는 이해할 수 없다. 보통 논문을 제출할 때도 다양한 검증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오히려 DNA 마커 40개 중에 8개가 난자 제공자와 불일치하니까 처녀생식이라고 단정 짓는 건 더 위험한 결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불완전 탈핵-극체 유입설 가능성 낮다”=핵치환 전문가들은 조사위에서 언급한 처녀생식의 과정으로 추정한 핵이식 과정 중 불완전 탈핵과 난자 옆에 붙어 있는 1차 극의 유입설에 대해서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박을순 연구원이 제 1 극체와 세포질을 꺼낸 다음 5분간 염색해서 핵이 완전히 제거됐는지를 확인 후에 다음 실험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것. 난자 핵이 세포질에 남아 있더라도 활성화되더라도 배반포는 고사하고, 제 1 세포기, 제 2세포기까지 분할될 가능성도 1% 미만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탄성이 큰 난자의 특성상 한번 제거됐던 제 1극체가 다시 난자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임정묵 서울대 교수는 “체세포복제배아줄기세포를 하는 사람들에게 처녀생식은 재앙”이라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탈핵 확인을 거친다. 제 1극체와 염색체 제거가 바로 스퀴징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덧붙여 “내가 요즘 처녀생식으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을 실험하고 있다”며 “처녀생식의 경우 다른 활성화 효소를 사용한다든지, 배아줄기세포와는 실험 방식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배양 중 유전자 변이 가능성”=일부 학자들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배양 과정에서 암세포처럼 유전자 변이가 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전자 변이 전문가인 A 교수는 “줄기세포에서는 지속적인 배양 과정에서 DNA가 변화한다는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며 “따라서 일부분 DNA 표기인자를 살펴보기 보다는 전체 유전자(게놈)에 얼 만큼 변이가 생겼는지, 초위성체 유전자검사법과는 다른 종류의 DNA표지 인자는 어떤지, 각인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전반적으로 연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도 아니고, 배아줄기세포도 아닌 ‘제 3의 괴세포’라는 주장과 관련해 “DNA 마커가 40개나 맞았는데 제 3의 세포라는 말이 통할 수가 있나”라며 “처녀생식 아니면 줄기세포”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 B씨는 “줄기세포의 배양을 계속하면 암 세포처럼 염색체 수의 이상이나, 미토콘드리아 이상 등이 나타난다고 보고된 바 있다”며 “줄기세포 1번 세포의 DNA마커의 일부 불일치는 배양 중에 이형접합 소실이나, 핵 치환 시의 유전정보 변화로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사위 관계자 “과학적 논란 이제 시작”=이와 관련해 서울대 조사위 관계자는 “1번 줄기세포의 48개 마커 중 8개가 체세포와 일치하지 않는데다가 상이한 마커 8개가 모두 처녀생식의 전형적 징후인 동형접합(homozygosity)을 보이는 상황에서 처녀생식이 아니라는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각인 검사 결과도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1번 줄기세포는 핵이식 과정 중 핵 제거가 불완전하게 이뤄져 주변의 세포와 결합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종족 차이는 있지만 스퀴징을 하더라도 5-10% 정도는 핵이 안 빠진다는 보고도 있다. 황 교수팀을 조사해봤지만 매번 난자를 짜낼 때마다 핵이 제거됐는지 확인하는 염색 검사를 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조사위 보고서는 1번 줄기세포의 DNA지문과 구조만을 놓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추정해 본 것이므로 100% 맞는 대답은 누구도 할 수 없다”며 “따라서 ‘처녀생식 가능성이 높다’고만 언급했지, ‘처녀생식’이라고 단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번 줄기세포와 관련해 과학적인 연구는 이제 시작”이라며 “앞으로의 논쟁은 검찰이나 언론 보다는 과학자들에게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전자 각인 검사란?: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전자 각인검사는 부계쪽으로만 발현되는 유전자(SNRPN, ARH1, Mest등)와 모계쪽으로 만 발현되는 유전자(UBE3A, H19 등)의 발현 여부를 파악하는 검사다. 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는 난자에서만 유래했기에 모계쪽 유전자만이 발현되고 부계쪽 유전자는 발현되지 않는다. 반면 수정란 줄기세포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부계와 모계 유전자를 모두 안고 있으므로 부계ㆍ모계쪽 유전자가 모두 발현돼야 한다. 따라서 1번 줄기세포에서 부계 모계의 각인 유전자가 모두 발현됐다면 체세포 핵치환에 의해 만들어졌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1번 줄기세포는 이미 공여자의 체세포와 40개 DNA 마커가 일치함으로써 체외수정에 의한 수정란 배아줄기세포가 아님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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