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당일 아침식사 과식은 금물
배고플 때 텅빈 위장에서는 ‘그렐린(ghrelin)’이란 호르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호르몬이 혈액을 통해 뇌에 전달돼 시장기(배고픔)를 느끼게 된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이미 밝혀냈던 사실이다. 그렐린의 별명도 사람이 음식을 먹도록 자극하는 ‘시장기 호르몬’.
그런데 이 시장기 호르몬이 기억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미국 예일대 의대 타마스 호르바스 교수팀은 그렐린이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주관하는 영역인 ‘해마’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전문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3월호에 발표됐다.
호르바스 교수팀이 그렐린을 분비하지 못하게 만든 생쥐의 뇌를 살펴보자 해마 부위에서 신경세포끼리의 연결 정도가 정상 쥐보다 25%나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상 쥐에 그렐린을 투여한 결과 해마 부위 신경세포끼리의 연결이 보통 때보다 더 증가해 미로를 더 잘 찾아갔다. 연구팀은 시장기 호르몬이 학습과 기억 능력을 향상시킨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호르바스 교수는 “이 결과는 학교에서 오전시간에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과식하지 않는 게 좋다는 걸 암시한다”고 밝혔다. 보통 그렐린은 낮에 속이 빈 상태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다. 학교에서는 점심식사 직전 학습효과가 가장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 쉴 때 ‘뇌 필름’ 순식간에 되감기 일어나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빨리빨리’보다 ‘쉬엄쉬엄’이 효과적인 공부전략일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데이비드 포스터 박사팀은 생쥐가 쉬고 있을 때 그동안 배웠던 지식을 뇌에서 정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2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포스터 박사팀은 생쥐들이 1.5m 길이의 미로에서 움직이다 맛있는 먹이를 찾아 쉬면서 먹을 때 뇌를 촬영했다. 특히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의 신경세포 100여 개를 동시에 모니터했다. 연구팀은 휴식 중인 생쥐의 뇌에서 신경세포들이 먹이 탐색 동안 반응했던 순서와 반대로 활동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이 반응은 마치 비디오테이프의 되감기처럼 순식간에 일어났다.
포스터 박사는 “이는 생쥐들이 먹이를 찾을 수 있었던 길을 역추적하는 것”이라며 “음식의 위치를 뇌에 선명하게 새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열심히 공부하다 잠시 차를 마시며 쉴 때가 그동안의 지식을 정리하는 데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스터 박사팀은 쥐가 잠자는 동안 뇌의 활동도 연구한 적이 있다. 이때는 해마 부위 세포들이 깨어 있을 때 받았던 경험을 순차적으로 ‘반복해 기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 또한 낮의 활동을 확실히 기억하기 위한 활동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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