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충무로 애견거리…예전 ‘개띠 해’만 같아라

  • 입력 2006년 1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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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개의 해를 맞아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거리에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시민들이 애견센터 쇼윈도를 통해 애완견을 구경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2006년 개의 해를 맞아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거리에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시민들이 애견센터 쇼윈도를 통해 애완견을 구경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한옥, 벽돌집, 이글루….’ 서울 중구 충무로에 가면 화려한 각국의 자그만 집이 많다. 이곳을 찾은 이영우(52·서울 강남구 자곡동) 씨 가족은 집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을까?” “대문이 너무 크지는 않나?” 이 씨 가족은 튼튼한 벽돌집을 골랐다. 가격은 25만 원. 이 씨는 “마당에 개 세 마리, 집 안에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면서 “병술년(丙戌年) 개의 해를 맞아 애완견들에게 선물할 새 집을 마련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국내 최대 애견시장인 ‘충무로 애견거리’는 애완견을 구입하려는 사람, 애완견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애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수봉(49) 애견거리 번영회 이사는 “불황을 모르던 애견시장이 최근 몇 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며 “1982년과 1994년 개의 해에 매출이 껑충 뛴 적이 있어 올해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대한극장부터 퇴계로 4, 5가를 지나 충무초등학교까지의 300여 m에 있는 애견센터는 30여 곳. 애견미용실, 애견용품 판매점, 동물병원, 애견미용학원 등을 포함해 이 거리엔 모두 40여 곳의 애견 관련 업소가 밀집해 있다.

애견거리의 1호 애견센터는 ‘애조원’. 애조원은 1960년대에 현재 애견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충무로 세종호텔 근처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퇴계로를 따라 애견센터가 하나둘 들어서더니 2000년대 초반 60곳이 넘는 애견센터가 거리를 가득 메워 애견상권을 형성했다.

이곳에 애견거리가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이사는 “1970년대만 해도 셰퍼드 한 마리의 가격이 웬만한 집 한 채 값과 맞먹어 애완견은 부자의 상징이었다”며 “충무로가 영화의 메카가 되면서 돈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애견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애견센터가 늘어나고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애완견 가격은 뚝 떨어졌다. 요즘 애완견이 선물로 주고받을 만큼 흔해지면서 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10년 넘게 애견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지진구(36) 씨는 “미용실에 개를 맡겼다가 찾아가지 않는 사람이 최근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일종의 애완견 ‘고려장’인 셈이다.

애견센터 주인들은 한결같이 손님의 지갑보다 ‘정(情)’을 먼저 본다고 입을 모았다.

‘현대애견’ 송명환(40) 씨는 “개는 물건이 아니니 애초 값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잘 기를 것 같은 손님에겐 거저 줘도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견센터의 이름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1970년대에는 ‘○○가축’이란 상호가 유행이었다. 애견센터란 말은 1980년대 들어 사용됐다. 1990년대엔 ‘○○애견’ 식의 상호가 인기였다. 최근에는 ‘페트 숍(Pet Shop)’이란 상호가 널리 쓰인다.

상호의 변화만큼이나 애완견의 지위도 달라졌다. 부의 상징에서 가족으로, 친구로, 삶의 일부분으로 변하고 있다.

김 이사는 “연인들 사이에 애완견 선물이 왜 인기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반지는 헤어질 때 그냥 돌려줄 수 있지만 정이 든 애완견을 돌려주기는 힘들죠. 애완견이 연인 사이에 인연의 끈이 되는 거죠. 개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줍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건강한 애완견 고르는 법

1. 사람이 부르면 바로 다가온다.

2. 다른 개들과 있을 때 쉬지 않고

장난을 한다.

3. 콧등이 축축하다.

4. 눈이 초롱초롱하고 눈곱이 없다.

5. 귀가 따뜻하고 귀지가 없다.

6. 들어봤을 때 묵직하다.

7. 항문에 설사한 흔적이 없다.

8. 털에 윤기가 있다.

9. 이빨이 나 있고 잇몸이 핑크색이다.

10. 식욕이 왕성하다.

자료: 사단법인 한국애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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