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 측근 “제보자가 PD수첩팀에 ‘줄기세포’ 교육”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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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일(尹泰一·43·사진) 리더스미디어 대표는 과학자가 아니면서도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와 붙어 지내면서 황 교수의 고난의 한 달을 지켜봤다. 윤 대표는 인터넷 사이트 ‘아이 러브 황우석’ 운영자로 내일신문 홍보실장과 YTN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인물. 황 교수팀은 그를 가리켜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팀에 많은 도움을 주는 가족 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윤 대표는 13일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MBC PD수첩 취재팀의 취재 과정에 얽힌 뒷얘기를 소상히 밝혔다.》

―PD수첩에 누가 제보했나.

“제보자는 황 교수팀 출신 연구원 A 씨와 B 씨 2명이라고 확신한다. A 씨는 황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제보자 아니다. 한번 만나서 오해를 풀고 싶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만나서 얘기를 듣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 사람 거짓말 잘하는데 지금 만나봐야 무슨 소용 있겠느냐’며 주변 사람들이 만류했다.

처음에는 제보자가 난자를 제공한 C 씨인 줄 알았다. 하지만 C 씨는 두 번이나 황 교수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나는 제보 안 했다. 괴롭다’고 말해 오해를 풀었다.

A 씨는 줄기세포와 영롱이 복제 과정 등에 대해 3개월 정도 체계적으로 PD수첩팀을 학습시킨 것 같다. A 씨와 PD수첩팀이 e메일로 주고받은 ‘학습자료’를 우리가 확보했다.”

―PD수첩팀의 취재는 어땠나.

“황 교수가 취재 내용을 안 것은 10월 20일경이다. 피츠버그대 김선종 박사가 황 교수에게 전화해 ‘구속당하는 게 사실인가요? 줄기세포가 가짜라는데 무슨 말인가요?’라고 물어와 황 교수가 사태의 심각성을 처음 깨달았다.

10월 31일 PD수첩팀이 찾아왔다. 6시간 동안 황 교수 혼자 인터뷰를 했다. PD수첩팀은 난자 의혹와 가짜 의혹 두 가지를 물었다. 황 교수는 난자 의혹에 대해 모두 인정했지만 가짜 의혹에는 기막혀했다.

한학수 PD는 ‘줄기세포를 달라. 결과가 좋으면 가짜 의혹 방송은 안 하겠다. 영롱이도 가짜라는 제보가 있으니 영롱이 세포도 달라’고 요구했다. 황 교수는 내주기로 약속했다. 나중에 ‘천추의 한’이라며 후회했지만 당시는 가짜 의혹이 금세 끝날 문제라고 생각한 것 같다.”

―PD수첩 방송 이후 황 교수팀 반응은….

“법적 대응 얘기가 많이 나왔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도 ‘고소하겠다’며 흥분했다. 2차 방송 금지 가처분신청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황 교수가 ‘과학자가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건 과학자답지 않다’며 만류했다.”

―MBC가 사과방송 후 어떤 연락을 해 오진 않았나.

“사과방송 이틀 후인가 전 MBC 간부 출신이라고 하는 사람이 황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중재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PD수첩 후속 방송을 안 하고 대신 생명공학의 미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겠다. 여기에 황 교수가 출연해 달라. 차후 MBC가 가칭 황우석재단을 만들어 후원하겠다’고 했다. 비공식적이었지만 상당히 무게 있는 제안이었다. 아마도 당시 MBC가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보니 그런 제안을 한 듯하다. 그러나 황 교수가 ‘이런 식으로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해 없던 일이 됐다.”

―황 교수의 칩거 생활은….

“11월 24일 기자회견 후 부인과 함께 경기 용인시의 민가에 머물렀다. 과학자를 죄인처럼 취급하는 현실에 무척 괴로워했다. 황 교수는 ‘죄인 취급 받다니 해도 해도 너무한다. 영롱이와 스너피, 줄기세포 모두 자식 같은 존재인데 다 없애버리겠다. 실험실 문 닫자. 이래서야 대한민국이 과학의 꽃을 피우겠나. 목장에서 소나 키우며 자연인으로 살자’며 울분을 토했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탓에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고 식사도 잘 못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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