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난치병 신약 개발” …黃우석 金성호 손잡는다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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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계의 세계적인 두 거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김성호 교수(왼쪽)와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황 교수가 추출한 줄기세포를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 검사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한국이 신약개발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김 교수와 황 교수의 얼굴을 합성한 것.
생명공학계의 세계적인 두 거물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김성호 교수(왼쪽)와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황 교수가 추출한 줄기세포를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 검사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한국이 신약개발 분야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김 교수와 황 교수의 얼굴을 합성한 것.
노벨상에 근접한 한국 과학자의 한 명인 김성호(68)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화학과 교수. 1970년 세포 내 유전자(전달RNA)의 3차원 구조를 밝히고 1987년에는 발암단백질 라스의 3차원 구조를 규명한 세계적인 생화학자다. 최근에는 신약개발 분야에서 노하우를 많이 쌓았다고 알려져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그런 그가 최근 황우석(52) 서울대 교수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공동연구를 제안해 왔다. 황 교수는 지난해 2월과 올해 5월 인간의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의 주된 용도는 ‘난치병 치료’다. 환자의 손상된 장기 부위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건강한 세포로 자라게 한다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신약개발과 줄기세포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인다. 23일 김 교수에게 국제전화로 왜 줄기세포에 관심을 갖는지 물었다.

“줄기세포는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을 테스트하는 데 중요한 재료입니다. 항암 후보물질을 발굴해도 인체에서 독성을 띠면 무용지물이죠. 그래서 임상에 적용하기 전 몇 년에 걸쳐 동물에 투여하고 부작용을 관찰합니다. 줄기세포는 이런 동물실험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김 교수는 ‘아직 개념구상 단계’라는 전제를 달고 이렇게 설명했다. 인체에서 독성을 정화시키는 기관은 간이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를 바로 간 세포로 분화시키고 여기에 신약 후보물질을 투여해본다는 생각이다. 간 세포가 신약 후보물질의 독성을 제대로 제거하는지를 관찰하겠다는 것. 만일 성공한다면 10년 이상 걸린다는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약이라도 사람에 따라 ‘약발’이 다른 법. 줄기세포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보물질이 어떤 사람에게는 뜻하지 않게 독성을 발휘할 수 있다. 타고난 유전자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다.

“그래서 황 교수의 줄기세포가 필요합니다. 환자 개인별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일일이 테스트해보면 정확한 약물 투여가 가능해져요. 개인에게 맞게 약을 처방하는 맞춤의학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이들 사이의 ‘호감’은 이미 지난해 2월 황 교수의 발표 때부터 본격화됐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연세대 생명과학기술연구원 특임교수로 채용돼 1년에 8주씩 강의를 맡고 있다. 처음 부임하던 때 열린 학생강연회에서 김 교수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추출은 생명공학 연구에서 상당히 의미가 큰 성과”라고 밝힌 바 있다. 또 황 교수는 지난해 11월 한 신문의 기고문에서 “과학도의 한 사람으로 가장 존경하는 대선배인 김성호 박사가 우리 연구진의 미해결 문제는 무엇이든 발 벗고 해결해 주겠다고 자청했다”고 말했다.

이 두 거물의 본격적인 만남은 언제 실현될까. 황 교수는 “아직 시기는 잡히지 않았지만 정부와 협의를 마치는 대로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이들의 공동연구를 지원하는 분위기다.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연구계획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며 “성공하면 막대한 시장 잠재력을 가진 신약 테스트 분야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또 “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의 분화과정을 연구하면 난치병의 발생 원인을 좀더 근원적인 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며 “신약 테스트는 물론 신약 후보물질도 발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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