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단말기 시장 태풍 오나

  • 입력 2005년 4월 29일 0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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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 변화 추이
단말기 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 변화 추이
《이상하다. 양측이 내세우는 명분은 똑같다. 둘 다 산업 경쟁력과 소비자 권익을 얘기한다. 그런데 둘이 서 있는 곳은 완전히 반대쪽이다. SK텔레텍의 단말기 생산 규제를 놓고 SK와 다른 단말기 업체 간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 이야기다.》

SK텔레콤의 자회사로 단말기를 생산하는 SK텔레텍은 국내에서 연간 120만 대의 휴대전화만 팔 수 있게 돼 있다. 이 규제가 올해 말 풀린다. 규제의 연장 여부는 이동통신업계 최대의 관심사다.

▽규제의 시작=1996년까지 기간통신사업자는 통신기기 제조업에 뛰어들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직접 하지 않고 별도의 법인을 만들면 가능한 쪽으로 바뀌었다. SK텔레콤은 SK텔레텍, KTF는 KTFT, LG텔레콤은 LG전자를 통해 단말기를 만들게 됐다.

1999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절대 강자’가 되면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SK텔레텍이 SK텔레콤의 단말기 수요를 독점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9년 12월 4.0%였던 SK텔레텍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직후인 2000년 1월 8.7%로 뛰었다.

결국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시장에서 연간 120만 대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제를 받게 됐다.

▽논점들=휴대전화는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상품. SK텔레텍의 규제가 풀리면 한국 휴대전화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단말기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SK텔레텍의 내수 물량 제한이 풀리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인위적인 규제를 없애 자유로운 경쟁이 벌어져야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SK는 국내 단말기업체 매출에서 내수시장 비중이 8∼9%밖에 안 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엄살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말기 업계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시험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국내에서 안 팔리는 단말기를 해외에서 사겠느냐”고 말했다.

규제가 풀리면 SK텔레텍은 국내시장에서 급성장할 것인가.

김일중(金日中) SK텔레텍 사장은 최근 “규제가 풀리더라도 SK텔레텍이 SK텔레콤에 대량으로 단말기를 공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단말기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자회사라는 이유로 SK텔레텍을 우대하면 고객이 외면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소비자의 권익을 놓고도 팽팽히 맞선다.

SK 측은 다양한 업체의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단말기 업체는 중소업체가 망하고 나면 소비자 선택권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은 얼마 전 규제를 풀면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 지속 쪽에 무게를 뒀다.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들어 “한 번 규제했으면 됐다”는 입장이다.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변화(단위:%, %포인트)
국가1998년2004년1분기증감
미국30.323.9―6.4
독일47.440.4―7.0
프랑스49.748.6―1.1
일본49.653.23.6
한국42.652.710.1
OECD 평균58.949.9―9.0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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