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라이코스 '잘못된 만남'?

  • 입력 2004년 8월 4일 15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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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터넷 시장 심장부에 태극기를 꽂는 것은 시기상조?'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라이코스를 전격 인수한 것에 대한 시장 및 업계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한국 기업이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인터넷 기업을 인수한 것은 전례 없는 실험. 그러나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냉랭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번 시도가 회사 성장이 아닌 쇄락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잘못된 만남?=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UBS증권은 4일 "미국과 한국은 인터넷 사용에 대한 트렌드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데다 미국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시장점유율 확대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증권도 이날 라이코스 투자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다음의 목표 주가를 기존의 절반 이하인 2만8600원까지 깎아내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라이코스의 부실한 재정 상태 △매년 줄어드는 매출액과 트래픽 △순위 7위로 밀려난 인기 하락세 △문화, 언어 등의 차이에서 오는 시너지 효과의 감소 등을 부담으로 지적했다.

'1위만이 살아남는다'는 인터넷 시장에서 이런 회사가 야후, 구글 등과 경쟁할 만큼 살아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

마케팅 등에 추가로 투입될 자금이 다음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인수를 위해 다음이 발행한 900억원대 회사채는 매년 상환이 돌아오는데다 이자 비용만도 70억원 가까이 든다.

▽오해 혹은 진실=예상 밖의 반응에 당황한 다음은 "오해를 풀겠다"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 중이다.

다음은 우선 세계적인 브랜드를 헐값에 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라이코스의 모기업인 스페인 업체 테라가 2000년 이 회사를 인수할 당시 가격은 12억5000만 달러(1조3000억). 다음의 인수 가격(9500만 달러)은 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다음은 공기업인 테라의 경영 실패로 라이코스가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새 경영진이 방향만 잘 잡아주면 브랜드 파워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것.

다음 정지은 홍보팀장은 "미국의 인터넷 검색 광고 시장이 한국의 40배에 달하는 등 절대 규모가 커서 시장점유율이 1% 미만이어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미국의 초고속인터넷망 설치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디지털카메라 판매가 급증하는 등 '1인 미디어 서비스'의 성장 조짐에도 주목하고 있다.

다음 이재웅 사장은 "섬세한 한국형 검색 서비스와 블로그, 미니홈피,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본격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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