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반도체 10년후]포켓용 슈퍼컴퓨터 꿈꾼다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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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선폭 70nm의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선폭 70nm의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동아일보 자료사진
“10년 후면 영어와 한국어의 실시간 통역기가 등장해 동시통역사를 대신할 겁니다.”

나노 반도체가 꿈꾸는 세상에 대해 14일 인텔의 반도체전문가 로버트 차우 박사가 한 말이다. 차우 박사를 비롯한 한미 양국의 나노기술 관련전문가들이 14,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한미 나노포럼에 모였다.

나노 반도체는 분자 수준의 나노 세계에서 구현되는 반도체로 현재보다 작지만 빠르고 저장용량이 크다. 현재는 간단한 영어문서의 번역이 가능한 정도지만, 나노 반도체로는 대용량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 통역기가 가능해진다.

컴퓨터의 성능은 반도체 칩의 저장용량과 정보처리속도에 좌우된다. 반도체의 기본단위는 트랜지스터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경우 1970년대 초 2000여개의 트랜지스터가 모여 하나의 칩을 구성했지만, 현재 펜티엄4에는 550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하나의 칩에 들어간다. 그만큼 집적도가 높아졌다. 반도체 집적도의 잣대는 트랜지스터들을 연결하는 선과 선 사이의 폭이다. 요즘 반도체 회로의 선폭은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보다 작아지는 추세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70nm 선폭의 4G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 선폭은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종합기술원의 김정우 박사는 “현재 추세라면 2010년에는 50nm 선폭의 16G 플래시 메모리가 흔한 제품으로 나올 전망이지만 최근 발전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를 중시해 집적도를 강조하기 때문에 선폭에 주목한다. 반면 인텔은 처리속도를 따지는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하나의 트랜지스터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문지기’인 게이트의 길이를 중시한다. 이 길이가 짧을수록 신호전달이 빠르다.

차우 박사가 밝힌 인텔의 계획에 따르면, 게이트 길이를 기준으로 2년 후 30nm급, 2007년 20nm급, 2011년 10nm급 실리콘 반도체를 제품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사업단의 하나인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의 이조원 단장은 “10년 후면 반도체는 저장용량이 현재보다 1000배 증가하고 정보처리속도가 20배 이상 빨라지며 크기도 상당히 작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포켓용 컴퓨터가 현재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나노 반도체는 어디까지 작아질 수 있을까.

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의 1단계 과제에 참여한 김 박사는 “30nm급 메모리소자를 세계 최초로 제작하고 특성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은 고성능 나노소자의 가능성을 엿본 단계다.

인텔에서는 2015년 5nm보다 작은 크기의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실리콘에 탄소나노튜브라는 신소재를 섞을 계획이다.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은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문제가 커지는데, 탄소나노튜브는 실리콘보다 4배 더 열을 잘 배출하기 때문에 좋다. 또 구리 배선보다 1000배 더 많이 전류가 흐를 수 있고 처리속도도 현재의 실리콘 반도체보다 2배 이상 빠르다.

이 단장은 “2020년 탄소나노튜브로 2∼3nm급 나노 반도체가 탄생할 때 4, 5세 사람에 해당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스스로 학습할 수 있고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차우 박사는 “트랜지스터는 크기가 나노영역에 도달하면 제어가 안 되고 전류가 줄줄 새나가기 때문에 이론적인 한계는 1.5nm”라며 “5nm급 이하를 목표로 하는 2015년 이후에는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나노기술을 논의할 공동위원회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포럼에 참여한 미국과학기술위원회 나노과학기술 분과위원장이자 미국과학재단(NSF) 나노과학기술 선임고문인 마하일 로코 박사는 “NSF 분석에 따르면 2015년경 전 세계의 나노시장 규모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는 총 200만명의 나노전문가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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