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대회 KAIST가 포항공대 눌러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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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포항공대에서 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 학생들이 해킹 실력을 겨루고 있다. -사진제공 포항공대
19일 포항공대에서 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 학생들이 해킹 실력을 겨루고 있다. -사진제공 포항공대
최고의 해커들이 겨룬 사이버 세상의 정면승부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포항공대를 눌렀다.

이공계 맞수인 두 대학은 1996년 서로 상대 대학의 서버에 무단 침입해 해킹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으로 2명의 과학기술원 학생이 구속되고 해커 동아리는 강제 해산됐다.

새옹지마(塞翁之馬)일까. 수난을 겪었던 해커가 정보보안업계의 귀재로 떠오르자 두 대학은 지하에 숨은 해커를 발굴하기 위해 작년에 첫 해킹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대회에서 두 대학의 정예 해커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상대편 서버를 뚫지 못해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포항공대에서 이 대학과 KAIST 사이에 열린 ‘제2회 사이언스 워(Science War)’는 누가 진짜 최고수 해커냐를 가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올해에는 경기방식을 바꿔 암호해독 등 25문제를 누가 먼저 푸는지 겨뤘다. 19일 오후 7시에 시작돼 다음날 오후 2시까지 14명의 해커가 밤을 새워 벌인 경기에서 두 팀은 또 다시 9 대 9를 기록했다. 주최측은 나머지 문제에 대해 힌트를 제공했고 결국 KAIST 팀이 겨우 승리했다.

강력한 방어망을 갖춘 2대의 서버를 제공하고 문제도 출제한 안철수연구소 조기흠 안전대응센터장은 “어려운 문제를 냈는데도 예상보다 학생들이 빨리 풀었다”고 말해 이들이 역시 고수임을 인정했다.

13문제 중 6문제를 풀어 팀을 승리로 이끈 KAIST 진동윤씨(수학과 3년)는 해킹 동아리 ‘GON’의 회장을 맡아 여러 서버를 해킹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그는 데이터를 훔치거나 훼손하지는 않는다.

진씨는 “현재 가동 중인 웹서버 가운데 30∼40%는 해킹해 마음만 먹으면 데이터를 모두 날려 보낼 수 있을 만큼 보안이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해커 경력도 과학기술원이 포항공대보다 화려하다. 그동안 4명의 과학기술원 학생이 해킹을 하다가 철창신세를 졌고 보안업체로 진출한 학생수도 과학기술원이 포항공대보다 많다.

1996년 국내 최초로 홈뱅킹 서버에서 돈을 빼돌렸다가 구속된 해커도 과학기술원 학생이었다. 올해에는 고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해 ‘제2의 빌 게이츠’로 불렸던 과학기술원 학생이 샌프란시스코 시청의 인터넷 서버를 이용해 자신이 개발한 해킹프로그램을 1억4000만원어치 팔았다가 구속됐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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