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인터넷 실명제 어떤 방식으로

  • 입력 2003년 7월 14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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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는 “공공기관 게시판을 시작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 민간 분야 게시판에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3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지만 찬반 논란만은 거세다.

반대 의견은 이렇게 요약된다.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 사이버 공간의 토론 기능을 위축시킨다.’

사실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 시민사회를 앞당겼던 중요 요소였다. 앙시앵 레짐(구체제)이 무너질 수 있었던 데는 익명 팸플릿의 역할이 컸다. 비밀투표 원칙은 현대 민주주의의 토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터넷 보급과 함께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표현의 자유는 이미 충분히 확대된 상태이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익명성이 가져다주는 편익’보다는 ‘익명성 범람으로 인한 폐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익명성의 한계비용이 한계편익보다 커진 것이다.

그래프를 보자. 사회에 존재하는 익명성의 크기가 A에서 B로 확장될 때에는 추가적인 편익이 비용보다 크지만, B에서 C로 옮겨 가면 비용이 더 커진다. 인터넷의 가공할 전파 능력 때문에 B에서 C로 급작스레 이동하면서 익명성이 오히려 건강한 공동체 유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언어폭력, 허위사실 유포, 개인명예훼손 등 인터넷의 각종 부작용은 익명성의 장막 뒤에서 자행되고 있다. 따라서 익명성의 크기를 D 근처 어디쯤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다.

장석권 한양대 정보통신원장(경영학 교수)은 말했다.

“인터넷 실명제란 글을 올릴 때마다 개인의 실명을 밝히자는 제도가 아니다. 익명 ID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이마저 거부할 이유가 있는가?”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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