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터넷]"사이버 언어 맑고 곱게" 文人들 나섰다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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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충북 옥천군 고 정지용 시인의 생가에서 열린 지용제의 참석자들이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날 유봉열 옥천군수(감사패 오른쪽)는 정지용시인 기념행사와 관련 박태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감사패 왼쪽)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옥천·괴산=최호원기자
17일 충북 옥천군 고 정지용 시인의 생가에서 열린 지용제의 참석자들이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날 유봉열 옥천군수(감사패 오른쪽)는 정지용시인 기념행사와 관련 박태상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감사패 왼쪽)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옥천·괴산=최호원기자

“인터넷 오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17일 국내 문학·학술계 인사들이 동아일보의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에 대거 동참을 선언하고 나섰다.

시인 김지하(金芝河), 유경환(劉庚煥), 이근배(李根培), 도종환(都鍾煥), 서지월(徐芝月) 이가림씨 등과 문학평론가 고려대 최동호(崔東鎬) 교수, 출판사 깊은샘 박현숙 사장, 한국방송통신대 박태상(朴泰尙) 교수 등 문학·학술인사 30여명은 이날 고 정지용(鄭芝溶)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에서 열린 지용제에 참석해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문학사 탐방단 소속 문인 300여명도 동아일보의 캠페인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며 별도 행사를 마련하고 인터넷 정화 운동에 적극 나설 것을 결의했다.

지용제는 매년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달인 5월 고향 옥천에서 열리는 행사로 시 낭송회 등 전문 작가 및 아마추어 문인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한국시인협회장인 이근배 시인은 “네티즌들의 언어폭력을 씻어내고, 인터넷을 다시 맑은 정보들만이 쏟아나는 샘물로 만들기 위해 이번 운동에 참여했다”고 서명 이유를 설명했다.

도종환 시인은 캠페인 성공을 기원하는 글을 쓰며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을 이어놓는다는 것인데 요즘 인터넷 문화는 오히려 사람 관계를 끊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건강한 인터넷 운동이 인터넷의 순기능을 되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지용 학술세미나에 참석한 최동호 교수는 “정지용 시인은 시 132편에서 8975개의 주옥같은 어휘를 사용했다”며 “지용처럼 아름다운 말과 글을 사용할 수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최근 혼탁한 글쓰기만을 일삼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옥천에서 충북 괴산군민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건강한 인터넷 실천 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언어폭력, 스팸 메일 등에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자녀들에게 올바른 인터넷 교육을 시키며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인터넷 순화 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것 등을 담은 ‘7대 지침’을 낭독하기도 했다.

지식인단체인 개발연구협의체(CODS)의 임길진(林吉鎭·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좌교수)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이 운동이 국민 모두에게 퍼져나가기 위해서는 평범한 네티즌들의 작은 물결이 먼저 일어나야 한다”며 “문화 및 학술계 인사들이 그 선두에 서줄 것”을 호소했다.

CODS 건강한 인터넷 운동 추진위원장인 박태상 교수(방송통신대)는 “앞으로 건강한 인터넷 백일장 등 언어 순화와 관련된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늦게나마 문화·학술계 인사들이 이 운동에 적극 나서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옥천과 괴산으로 이어지며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모두 320여명의 전문 작가, 교수, 아마추어 문인들이 캠페인 참여문에 서명했다.


옥천·괴산=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인터넷 언어파괴-폭력 심각 정보화시대 소통장애 우려”▼

“인터넷 오염으로 소중한 우리말이 훼손될까 걱정이다.”

충북 옥천군 지용제를 계기로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 동참을 선언한 문인들의 걱정은 인터넷 상에 만연하는 언어파괴와 언어폭력 현상에 집중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300여명의 문인들은 인터넷 언어 오염이 정보화 시대의 소통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용제를 연출한 이근배 한국시인협회장은 “미래의 한국 사회를 이끌 젊은이들이 온라인 게임과 채팅에 빠져 소통장애를 겪는 것은 비극”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작년 정지용 문학상 수상자인 김지하 시인은 인터넷 오염 문제를 환경운동과 같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한 정신적인 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한 편의 시를 짓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수 십 번의 퇴고를 거듭하는 시인들의 치열한 창작정신이 인터넷 언어순화 운동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도종환 시인과 서지월 대구시인학교장도 건강한 인터넷 운동이 구호에만 멈추지 말고 전 국민에게 파고들 수 있도록 시인들이 대중 앞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김광림, 홍윤숙, 김양식, 류자효, 오탁번, 신달자, 문정희, 윤강로, 이수익, 김후란, 이가림, 김종철, 한영옥, 김성옥, 김소엽 시인 등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도 이 같은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젊은이들과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대화를 통해 언어 파괴현상과 언어폭력 등의 폐단을 막으려면 시인들도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이에 따라 개발연구협의체(CODS) 소속 한국문학사탐방단 회원들은 인터넷 정화 운동의 물결이 전국 곳곳에 퍼질 수 있도록 ‘작은 물결운동’에 나선다는 구상이다.탐방단 회원 황성균씨(도시철도공사 먹골역장)는 “언어폭력, 스팸 메일, 음란물 등 인터넷 역기능 근절을 위해 회원 모두가 건강한 인터넷 홍보대사가 돼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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