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군 과기부 장관 "반도체 이후 먹고 살 기술 개발 시급"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코멘트
반도체 이후 먹고 살 수 있는 초일류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 -사진제공 과학기술부
반도체 이후 먹고 살 수 있는 초일류 기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 -사진제공 과학기술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청사진이 나왔다. 박호군 과학기술부 장관은 20일 그동안 인수위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앞으로 5년 동안 과학기술 정책의 근간이 될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날 과기부가 보고한 3대 최우선 과제는 ‘포스트-반도체 초일류기술 개발’ ‘동북아 R&D허브 구축’ ‘지방과학기술 혁신’이다. 현재 한국은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중국이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어 5∼10년 뒤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가 걱정거리다.

초일류 기술 개발과 동북아 R&D 허브 구축은 기술 혁신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우선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미래전략기술기획단’을 구성하고 세계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국내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큰 차세대 초일류 기술과 제품 15개가량을 7월까지 발굴해 내년에 개발에 착수키로 했다.

박호군 과기부 장관은 “차세대 초일류 기술은 현재의 주력산업에 첨단 신기술을 결합한 분야, 첨단신기술이 신산업을 창출할 분야, BT NT IT 등 신기술이 서로 융합하는 분야 등 3개 분야에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력산업과 첨단신기술이 결합할 분야의 기술로는 기가바이트급 반도체보다 1000배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테라바이트급 반도체, 휘발유 대신 연료전지를 탑재해 수소나 메탄으로 움직이는 연료전지자동차가 거론되고 있다. 또 첨단 신기술 분야에서는 생체이식용 인공장기, 항암제·뇌졸중 치료제 등의 신약디자인이 꼽힌다. 융합기술로는 BT와 IT가 결합한 질병진단용 바이오칩과 고성능 지능형 분산컴퓨터가 거론되고 있다.

과기부 박영일 연구개발국장은 “초일류기술 개발을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기보다는 21세기 프론티어사업 등 그동안 각 부처가 추진해온 연구개발사업의 예산을 우선순위에 따라 재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초일류기술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공평하게 매년 100억원 안팎의 연구비를 지원해 논란이 됐던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경우 테라급나노소자사업단처럼 중요한 사업단은 연구비를 크게 늘리고 다른 분야는 축소하는 등 전면적인 수술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R&D 허브의 구축’은 미국이 세계의 우수두뇌를 끌어들여 초강대국이 된 것처럼 한국도 세계의 두뇌집단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외국인력과 연구기관의 입주 여건이 대단히 열악해 현재 외국기업의 연구소가 106개에 불과하다. 이를 5년 뒤 500개로 늘려 중국 상하이의 푸둥지구나, 일본의 아일랜드시티처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소를 세우는 외국기업에 부지, 세제 등의 혜택을 주고 동북아 과학기술협력체를 한국 주도로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대덕연구단지를 국제적인 연구개발거점으로 육성하고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나 영국 카벤디쉬연구소를 유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한편 과기부는 올해 안에 지방과학기술진흥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연구비의 지방투자비율을 현재 49%에서 5년 뒤에는 65%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지방대학을 지역 내 산업기술 개발의 핵심 주체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연구중심 지방대학을 10개 육성하고 현재 52개인 지방대의 지역협력연구센터를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방대 이공계열은 노무현 정부의 최대 수혜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과기부는 노 대통령의 전문직 우대 방침에 따라 신규 채용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의 공직 임용 비율을 현재 24.7%에서 5년 뒤에는 5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병역 특례 요원의 복무 기간을 현재 5년에서 3∼4년으로 단축하며, 기업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에게도 출연연구소 수준의 소득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