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이버 전담반 '24시간 감시'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9시 06분


사이버전담반 안동원 계장이 인터넷사이트를 검색하며 불법을 감시하고 있다.박경모기자
사이버전담반 안동원 계장이 인터넷사이트를 검색하며 불법을 감시하고 있다.박경모기자
“전방에 아이디 ○○○ 출현!”

29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하1층 B102호 사이버 전담감시반. 대형 강당 크기의 이곳에서는 요즘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불법 부정선거운동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옮아갔기 때문.

가끔 커피잔을 홀짝이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한 사무실이지만 모니터를 응시하는 직원들의 눈은 흡사 전방의 초병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매섭다.

9월 초부터 석달째 15명의 ‘대원’들과 함께 ‘사이버 게릴라’들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으로 휴일은 물론 밤낮도 잊은 사이버 전담반 안동원(安東源·42) 계장은 이 전쟁의 최일선 소대장.

안 계장의 하루는 오전 8시반경 작전회의가 끝난 후 모니터를 켜면서부터 시작된다.

선관위 게시판은 물론 각 정당, 후보자, 언론사, 대형 포털 사이트 등 50여개의 사이트에서 후보자 비방이나 흑색선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행위가 벌어지는지 일일이 살펴본다.

그를 포함한 15명의 직원들이 직접 관리하는 사이트만도 무려 300여개.

시 도, 구 군 선관위에 소속된 사이버 단속반까지 합하면 전국에서 760여명의 인력이 3000여개가 넘는 사이트를 물샐틈 없이 감시하고 있다. 지방의 사이버 단속반은 직제상으로는 별개지만 업무적으로 안 계장의 지휘를 받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편제를 유지하고 있다. 선관위 사이버감시반은 97년 대선 때는 없었던 조직으로 지난해 10월에 창설됐다.

중앙은 언론사, 중앙당, 대형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지방은 정당 각 지부 및 지방 시민단체, 지방언론사 등으로 나눠 감시 활동을 펼친다.

중앙의 경우 사이트별로 밤 사이에 올라오는 글만도 평균 200∼1000여건.

15명의 팀원이 하루 동안 읽는 글은 최소 6만여건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대부분 ‘친일파 ○○○’ ‘빨갱이 ○○○’식의 단발성 비방 글이 주류를 이루지만 특정 네티즌의 경우 무려 30여개가 넘는 홈페이지에 70여회에 걸쳐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조직적인 행위도 상당수다.

또 수십여개의 리플(답변글)이 일정 시간에 일제히 올라와 게시판을 ‘도배’하는 행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안 계장은 “한눈에 비방, 허위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끝까지 정밀하게 읽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글이 많다”며 “특히 사이버 논객들의 글은 내용도 많고 표현도 교묘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적발된 글들은 해당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삭제 요청을 하거나 심할 경우 경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이렇게 처리하는 건수만도 하루 평균 200여건. 올 1월부터 이달 말까지 고발, 삭제 또는 수사의뢰한 건수만도 7200여건에 이른다. 그러나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으로 접어들면서 하루 평균 처리 건수가 최소한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녁 식사 이후는 하루 동안 적발된 게시글에 대한 처리 공문을 작성하는 시간. 운영자에게 메일로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선관위 메일조차 믿지 않는 사람이 상당수에 달해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들어간다.

안 계장은 “‘내 글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 ‘정당한 표현의 자유도 침해하느냐’는 네티즌들의 전화, 메일 항의에 일일이 대응하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라며 “선거운동이 인터넷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업무량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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