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유전자에 '마법' 걸어 음식 알레르기 없앤다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23분


《미국 하와이의 한 실험농장에서 재배되는 콩은 다른 지역의 콩과 비교해 맛과 크기에 있어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콩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이 콩을 먹으면 별 이상이 없다. 알레르기를 덜 일으키도록 콩 유전자를 조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콩 외에 밀 쌀 땅콩 같은 식물의 경우도 알레르기를 줄이기 위한 유전자 조작이 시도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지네보리’라는 작물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러젠)을 없애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네보리는 사람에게 알레르기 비염의 일종인 ‘건초열’을 일으킨다.

알러젠을 없애기 위한 유전자 조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새로운 형태의 알러젠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만약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체에 해로운 알러젠을 완전히 없앤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면 유전자 조작에 대한 비난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대부분의 생명공학식품 회사들이 비알레르기 식품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 하와이에서 알러젠을 약간 없앤 콩을 생산하는 한 회사 관계자는 “비알레르기 식품의 시장 진출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7∼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으로 인한 알레르기는 미국 성인의 2%, 어린이의 8%에서 발생한다. 증세는 대개 두드러기 설사 구역질 등으로 나타나며 심하면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다.

미국 아칸소 소아병원의 알레르기 전문가인 리키 헬름 박사는 “미국 어린이 1% 미만이 콩에 대한 알레르기를 갖고 있으며 콩을 자주 먹는 아시아에선 콩에 대한 알레르기 환자가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헬름 박사는 “콩 유전자 조작의 목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좀더 안전하게 만들어 인체에 치명적인 음식 알레르기나 쇼크를 막는 데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는 특정한 알러젠이 사람의 몸 속에 들어와 심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유전자 조작은 알러젠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없애거나 알러젠을 못 만들도록 막는 것.

콩의 경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의 65%를 차지하는 ‘P34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제거하면 된다.

헬름 박사는 “P34 단백질은 콩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3대 유전인자 중 하나일 뿐이며 다음 단계는 나머지 두 유전인자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전인자를 제거할 때 콩의 성질을 변화시킴으로써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미국 농림부의 콩 유전자 조작 책임자인 엘리어트 헬만 박사는 “콩 유전자 조작 실험에서 유해한 성질이 새로 만들어진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과학자들은 P34를 제외한 나머지 두 인자를 제거한 콩을 개발했다. 교토대 농학과 다다시 오가와 교수는 “이 콩으로 만든 두부는 너무 단단해 일본인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개발한 콩을 P34를 파괴하는 효소와 함께 내년에 상품화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 과학자들은 밀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특정 단백질은 황과 결합돼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데 황 결합을 깨뜨리는 유전자를 삽입한다는 것.

만약 유전자 조작 식물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알레르기를 막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알레르기 증세를 나타내는 사람을 치료하는 쪽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의 생명공학 회사인 타녹스는 현재 땅콩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알레르기 증세를 누그러뜨리는 약의 효과에 대해 임상시험 중이다.

(http://www.nytimes.com/2002/10/15/health/genetics/15ALER.html)

정리〓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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