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여성호르몬 요법 발암위험 높인다”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38분


폐경기 이후 여성들이 노화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복합 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유방암 등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로이터통신이 9일 보도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심장·폐·혈액 연구소’의 자크 로소 박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다공증, 성욕감퇴 등을 치료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복합 투여하는 호르몬 요법은 유방암, 심장병, 뇌중풍의 위험을 높인다”면서 “호르몬제 복용 여성은 향후 사용 여부를 담당 의사와 상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미의학협회(AMA) 저널 인터넷판에도 실린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르몬 요법은 유방암, 심장발작, 뇌중풍 발병 확률을 각각 26%, 29%, 41%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호르몬제 사용 기간이 길수록 각종 질병의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NIH는 이에 따라 당초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 동안 예정됐던 호르몬 요법의 임상 실험을 3년 앞당겨 올해 중단키로 했으며 1만6600명의 임상실험 환자들에게 더 이상 호르몬제를 복용치 말라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에서는 1350여만명의 여성이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2001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전체 폐경 여성의 7%인 50만명 정도가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에선 전체 폐경 여성의 20% 정도가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호르몬 요법 치료에는 80년대까지 에스트로겐만이 사용돼 오다가 자궁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사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부터는 프로게스틴을 같이 투여하면 자궁암 발병 확률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복합 호르몬 요법이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아왔다.

NIH는 ‘프렘프로’라는 인기 호르몬제를 만드는 와이어스 등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들에 호르몬제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을 약품 포장에 명시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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