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깨니 피파컵 보이네”…월드컵 ‘스포츠 과학’ 한몫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07분



2일 열린 잉글랜드 대 스웨덴의 월드컵 경기. 이날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베컴은 수비수 머리 위에서 뚝 떨어지는 환상적인 코너킥으로 첫 골을 이끌었다. 이 멋진 코너킥에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축구화가 한몫을 했다.

축구화는 오랫동안 ‘사람의 발과 비슷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그래서 축구화의 앞등은 가능하면 매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디다스가 이번 월드컵을 위해 만든 베컴의 축구화 앞부분에는 오돌토돌한 고무 돌기가 달려 있다. 고무 돌기가 축구공의 회전력을 크게 높여준 것이다. 고정관념을 깨자 멋진 골이 탄생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는 체력과 정신력이 강하지만 기술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마침내 48년만의 월드컵 첫 승을 이뤄냈다. 히딩크 감독처럼 2002 월드컵에 등장한 첨단 축구용품 중에도 과거의 상식을 뒤집는 신무기들이 적지 않다.

폴란드 전에서 과감하고 빠른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뒤흔든 설기현, 이천수, 송종국 등도 상식을 깬 새로운 축구화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동안 축구화의 무게는 350g 정도였다. 어느 정도 무게가 있어야 킥이 강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이키 사는 이번 월드컵에 196g의 새털처럼 가벼운 축구화를 선보였다. 미국의 육상선수 모리스 그린이 신었던 100m 달리기용 신발을 기초로 만든 축구화로, 40m 달리기에서 이 축구화를 신은 선수들이 평균 0.17초 빨리 뛰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앙리, 브라질의 호나우두 등 발빠른 공격수들이 상식을 깬 이 축구화를 신고 이번 월드컵에 나섰다.

축구공 피버노바도 고정관념을 뒤집은 산물이다. 피버노바는 반발력을 높여주는 미세한 공기방울로 유명하다. 그동안 축구공의 공기방울은 워낙 불규칙적으로 흩어져 있어 축구 선수들에게 고민거리였다. 공을 찬 부위에 따라 엉뚱한 곳으로 튀어나갔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아디다스사는 공기방울을 역이용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축구공에 공기방울을 더 많이 집어넣고, 높은 압력을 가해 균일하게 분포하도록 했다. 볼 컨트롤을 방해하던 공기방울이 피버노바에서는 오히려 컨트롤을 높여준 것이다. 덕분에 이번 월드컵에서는 더 많은 골이 터지고 있다.

폴리에스터 섬유 등 화학섬유는 땀을 잘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속옷은 가능한 순면으로 입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뿌리깊은 ‘상식’이다.

그러나 일본, 독일, 스페인 축구 선수들이 입은 유니폼에는 듀폰사가 개발한 ‘쿨맥스’라는 신소재 폴리에스터 섬유가 사용됐다. 쿨맥스는 섬유 사이의 공간이 커 땀이 빨리 밖으로 배출된다. 섬유 사이에 땀이 흐르는 도랑이 있는 것이다. 순면에 비해 수분 흡수량이 3배나 높다. 다른 나라의 유니폼에도 비슷한 신소재 화학 섬유가 사용됐다.

이번 월드컵에는 ‘한 겹 유니폼’ 대신 ‘두 겹 유니폼’이 처음 등장했다. 더 덥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안쪽 유니폼은 땀을 빨아들이고, 바깥쪽은 땀을 배출하도록 도와준다. 한국 선수가 옷을 벗을 때 자세히 보면 붉은 유니폼 안에 흰 천이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안쪽 유니폼이다. 상식을 무너뜨린 두 겹 유니폼이 한국의 첫 승에 기여했다.

듀폰의 박선미 차장은 “월드컵에서 땀을 빨리 흡수하는 축구복이 이처럼 각광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덥고 습한 한국과 일본의 날씨가 축구복의 역사를 바꿨다”고 밝혔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바로잡습니다]

△10일자 A20면 ‘상식 깨니 피파컵 보이네’기사 중 축구공 피버노바의 각 부분에 대한 그래픽 설명에서 ‘플루토늄’은 ‘폴리우레탄’의 오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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