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2세미만 영유아 TV시청,정상적 뇌발달 막을 우려

  • 입력 2002년 5월 5일 17시 47분


세살 된 성갑이는 같은 또래의 아이와는 달리 의사소통은 물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성갑이가 첫돌이 되기 전 엄마가 조기 교육을 위해 영어와 한글 교육용 비디오 테이프를 하루 종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 문제가 된 것. 성갑이는 돌이 지나면서 비디오를 보여주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됐다.

동네 소아과에서는 성갑이를 자폐증으로 진단했지만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 ‘유아 비디오 증후군’으로 판정이 났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영유아들은 생후 8∼9개월부터 부모는 물론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획득한다”며 “이 시기에 TV나 비디오 시청은 강렬한 시각적 자극으로 정상적인 뇌발달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의 비디오나 TV시청에 빠져 있는 아이는 운동 부족과 소아 비만으로 인해 각종 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폐증과 같은 정신 질환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만 2세 이전의 아이들은 TV와 비디오 시청을 피하는 게 좋으며, 2세 이상의 어린이들도 TV 시청 시간을 하루에 1∼2시간 정도로 제한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다음은 아이의 바람직한 TV시청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 미국소아과학회의 권장 사항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TV 시청 시간을 줄인다〓비록 아이가 유익한 프로그램을 보고 있더라도 1∼2시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히려 책 읽기, 일기 쓰기, 부모들과의 대화 등 좀더 적극적인 활동을 시키는 것이 아이의 언어발달이나 행동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이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을 점검한다〓방송 프로그램 점검은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 중요하다. 8세 이하의 아이는 현실과 비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폭력적인 내용이 있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는 피한다.

어린이용 만화 영화라도 폭력적인 내용을 볼 때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한다. 즉 “왜 A가 B를 왜 때렸을까?”, “반드시 때려야 했을까?”, “네가 저런 상황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등 아이에게 질문을 던져 능동적으로 생각하도록 한다.

▽미디어에 대한 교육을 시키자〓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디어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부모가 먼저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각종 시청자 단체에서 주관하는 미디어 교육을 받고 자녀에게 올바른 시청 지도를 하는 것이 좋다. 미디어교육을 주관하는 곳은 서울YMCA(02-774-5866),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02-734-1046), 매비우스(02-365-1521) 등이 있다.

미디어교육센터(www.medialiteracy21.net) 김병록 소장은 “TV 시청은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 중 1명이 TV 시청을 즐기면 다른 사람도 영향을 받는다”며 “가족이 시청 시간을 정해 놓고 부모가 좋은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아이와 같이 보거나 TV를 안보는 날을 정하는 등 부모가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자는 방에 TV를 놓지 말라〓아이들의 방에 TV가 있다면 부모가 아이의 TV시청 시간을 통제하거나 무슨 프로그램을 보는지 점검하기가 힘들다.

김 소장은 “TV는 거실에 놓되 정해진 시간의 TV 시청이 끝나면 스스로 끄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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