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늘 퇴원해요]초기 갑상샘암 김미숙씨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37분


“엄마가 ‘아야’ 해서 제가 ‘호’ 해줬어요.”

14일 한양대병원 일반외과병동 12층 입원실. 김미숙씨(29·주부·서울 성동구 응봉동)의 맏아들인 김현우군(3)은 어머니 팔에 안겨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18일 퇴원할 예정.

김씨는 1월 말 집 근처 산부인과에서 둘째 아이를 순산했다. 일주일 뒤 김씨를 다시 진찰한 의사는 “목에 혹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집에 와서 거울을 유심히 보니 진짜로 오른쪽 목이 약간 튀어 나와 있었다.

딱딱한 혹이 만져졌고 아프지는 않았지만 아래위로 움직였다.

다음날 김씨는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한 뒤 오른쪽에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의 혹이 있고 왼쪽에도 작은 혹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이 자꾸 커지면 어떻게 되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집 근처 개인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고 약도 먹었다. 병원에서는 이 약을 먹고도 혹이 줄어들지 않으면 다시 찾아오라고 했다.

다행히 혈액검사 결과 갑상샘(갑상선) 기능은 정상이었지만 병원에서 준 약을 먹어도 혹의 크기는 줄지 않았다. 김씨는 ‘별 문제 없겠지’라며 두 아이를 키우느라고 정신없이 생활하느라 6개월을 보냈다.

8월 초 한 친척이 목에 혹이 있어 입원했다는 소식에 김씨는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손으로 혹을 만져보니 약간 커진 것 같았다. ‘큰 맘’ 먹고 작은 아이는 친정에, 큰 아이는 시댁에 맡기고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8월13일 바늘로 혹 세포를 떼어내 조직을 검사한 결과 갑상샘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초기고 잘 치료되는 암이라 수술만 하면 된다”는 의사의 말에 일단 안심했다. 이달 11일 2시간반에 걸친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김씨는 “반년이나 괜히 암을 키운 것 같다”며 “초기 암이라서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고 퇴원하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 주치의 한마디

갑상선 혹(결절)은 전체 인구의 2∼5%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다. 목 앞부분 아래쪽에 잘 생기고 손으로 만져지며 침을 삼킬 때는 아래 위로 움직인다.

대부분 큰 문제가 없는 단순한 결절이지만 악성도 있다. 한 개의 결절이 있고 주위 다른 조직에 붙어 있으며 만지면 딱딱하고 갑자기 커지면 암을 의심해야 한다.

음식을 삼키거나 숨을 쉬기가 힘들 만큼 커진 경우는 다른 부위로 번진 상태이므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갑상선 암은 인구 10만명당 5명꼴로 발생하며 30∼50대 여성에게 많다.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책이 없다. 그러므로 일단 결절이 발견되면 바로 병원에 와서 ‘세침흡인세포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 검사는 가느다란 바늘로 결절 부위를 두세번 찔러 세포를 떼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암으로 판단되면 갑상선 기능 검사와 초음파 검사, 컴퓨터단층촬영을 한 후 수술한다.

갑상선 암은 서서히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다른 암과 달리 다른 부위에 퍼져 있더라도 갑상선 절제 수술을 한다. 퍼진 암은 주로 방사선 동위원소가 들어있는 요오드 약으로 치료하며 더물게 항암제, 방사선치료를 이용한다. 대개 완치가 된다.

입원기간은 수술 후 5일 정도며 퇴원 4∼6주 후 방사선동위원소 치료를 한다. 갑상선을 떼내는 수술을 하므로 평생 갑상선호르몬 약을 먹어야 한다. 특별히 음식을 조심하거나 운동을 제한할 필요 없이 평상시처럼 생활하면 된다.

정파종(한양대병원 일반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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