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이노베이션 현장을 가다-5]문화상품 수출 "외화획득 선봉"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50분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사는 이수창씨(34) 부부는 지난 주말 아이 둘과 함께 놀이동산을 다녀왔다. 아이들이 태어난 뒤 놀이동산에 다녀온 것만도 십여 차례. 처음에는 기분 좋게 나들이 길에 나서지만 막히는 도로에, 놀이기구 앞에서 늘어선 줄에, 결과는 늘 피곤하기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인터넷을 통해 입장권을 예약할 수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고는 연간회원에 가입해 예약을 한 뒤 출발했다. 입장 대기 시간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 여전히 놀이동산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사파리’ 앞에는 늘어선 줄이 없었다. 두 시간 기다려 20분 관람했던 과거의 경험에 비춰 의아해하던 이씨는 곧 그것이 ‘놀이기구 예약제’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 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지정 시간만 받아놓으면 다른 기구를 타다가 와도 되는 것. 덕분에 이씨 가족은 조금은 덜 피곤한 주말을 보냈다.

‘21세기의 황금알’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이 CD롬 MP3 인터넷 등 새로운 ‘몸’을 얻음으로써 전국, 전세계를 손쉽게 누비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은 가히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는 이미 100개가 넘으며 지금도 많은 업체들이 게임개발에 뛰어든다. 온라인 포털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가 운영하는 게임사업 ‘한게임’은 올 상반기에 유료화하면서 매출이 50억원에 이르고 있다. 전체 네이버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것.

▼ 글 싣는 순서▼
1. 일대일(1:1) 마케팅
2. e풀필먼트
3. 사이버금융
4. 지식경영
5. e엔터테인먼트
6. 한국의 실리콘 밸리
7. e정부
8. 정보가전

테마파크와 같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산업’도 온라인을 통해 ‘가벼워’지고 있다. “테마파크 사업은 대표적인 오프라인 사업이었지요. 일단 각종 기구가 있어야 하고 사람들도 현장에 와야지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달라집니다. 오프라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이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박노빈(朴魯斌)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의 말이다.

실제로 에버랜드는 고객 서비스 부문에서 온라인화가 상당수준 진행돼 있다. 현재 시험가동 중인 놀이기구 시간 예약제가 올해 말부터 대부분 놀이기구로 확대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에버랜드 이용과 관련된 모든 이력이 관리된다. 1년에 얼마나 에버랜드를 찾는지, 주로 타는 놀이기구는 무엇인지에 관한 기록이 누적되며 이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의 기초가 된다. 회원의 실적은 적립돼 추후 이용이 가능하다. 또 회원이 에버랜드를 한 번 이용하면 e메일을 통해 고객불편 사항을 사후 확인하고 각종 기념일에 메시지를 보낸다.

“에버랜드 홈페이지(www.everland.com)를 통해 티켓 예약을 해보세요. 입장권을 사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문의에 대한 대응에 나섰더니 콜센터를 통한 문의전화가 급격히 줄더라고요. 전화응대 직원도 15명에서 6명으로 줄였습니다.” 줄어든 직원은 고객만족실에 신규 배치돼 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테마파크까지 기대하기엔 이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에버랜드가 99년 출범시켰던 게임에버랜드는 수익모델의 한계에 부닥쳐 분사 뒤에 제일기획 소속이 된 상황.

박 부사장은 “우리의 역량을 냉철히 평가하지 못한 탓이었지요. 우리의 핵심역량은 게임콘텐츠 개발에 있지 않았지만 우리는 당시 그걸 몰랐습니다. 막상 시장에 들어가 보니 게임콘텐츠 시장은 경쟁이 너무 격화돼 있는 데다 대기업에 맞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틀렸을 때는 빨리 돌아 나와야죠. 당분간은 온라인 테마파크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일단은 ‘고객 만족형 테마파크’를 실현하기 위해 온라인은 수단일 뿐이죠”라고 말했다.

방송도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유일한 공중파 상업방송인 SBS의 자회사 SBSi(www.sbs.co.kr)가 대표적인 회사.

박찬근 SBSi 사장은 “SBSi는 SBS의 단순한 자회사가 아니라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양산돼온 대중문화의 힘이 H.O.T.의 중국 진출이나 클론의 대만 진출 등으로 나타나고 있지요. 대중문화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중요한 미래산업으로 양산될 수 있는 문제지요. 머지 않은 미래에 소비자들이 여러가지 콘텐츠를 접하는 수단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전달수단으로서 SBSi의 가능성은 큰 셈이죠”라고 말했다.

SBSi는 현재 여러가지 가능성을 시험 중이다. ‘팝콘’ ‘경찰특공대’ 등 SBS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사용하거나 입었던 제품을 파는 ‘PPL 쇼핑몰’을 웹에서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의류 가전회사들과 SBSi가 처음부터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한다. 아예 ‘그녀를 보라’ ‘아미지몽’ 같은 온라인 전용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그녀를 보라’의 경우 ‘방송용’으로 적합한 내용은 SBS 방송을 통해, 엽기적인 미스터리물은 인터넷을 통해 동시에 선보였다. 드라마 내용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달라지기도 했다.

‘아미지몽’은 아예 PPL을 위해 제작된 드라마로 인터넷을 통해 매일 10분씩 방영됐다. 아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이르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SBSi의 평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국가의 전략산업입니다. 정부는 규제 일변도의 생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온라인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전문가 한마디…한국적 상품만이 세계 네티즌 사로잡아 ▼

H.O.T.가 해체되어 15억 인구의 중국 땅에서 불고 있는 뜨거운 H.O.T. 바람이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하는 음반기획사들의 푸념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판 HOT’는 중국 대만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바로 온라인 게임이 그것이다.

어렵게 일정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대규모 이벤트에다 콘서트때마다 중국을 오갈 필요도 없다. 엔지니어 2명이 CD 한 장 들고 중국으로 가서 서버에 깔면(install) 된다는 것이 바로 e엔터테인먼트의 매력이다.

앞으로는 외국땅 한 번 밟지 않고도 국내 서버에서 바로 서비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UIP영화 직배를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우리의 문화상품이 인터넷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세상이 온 것이다.

문화상품의 해외시장 진출은 그 규모를 떠나서 우리의 문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전파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최근 영화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오프라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왔다.

그러나 e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다르다. 우리의 벤처회사들이 그 동안 숨어있던 우리 민족의 문화적 독창성과 창의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네오위즈의 세이클럽은 세계에서 전례가 없는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하고 있고 한게임의 미니게임도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엔포에버의 게임에버랜드는 사이버테마파크로 수출되고 있다. 오프라인 문화상품을 e엔터테인먼트에 맞게 재가공해 수출에 성공한 사례들이다.

지난달 AC닐슨이 발표한 인터넷 접속시간을 보면 한국인이 한달 평균 17시간으로 세계1위라고 한다. 한국의 e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은 한국인의 ‘접속시간 1위’ 기록을 세우는 데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인터넷열기는 새로운 e엔터테인먼트 상품을 개발하는데 필수적 기반이 되고 있다. 재미있는 인터넷을 만드는 노하우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e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이 이제 새로운 수출역군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성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seekim@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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