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밸리 리포트]경기변동은 기업성장의 활력소

  • 입력 2001년 4월 15일 18시 27분


장석권(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스탠퍼드대 교환교수)

이곳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근 인터넷기업의 주가하락과 하이테크 간판기업들의 실적부진이 화두다. ‘하이테크산업이 한계상황에 부닥쳤느냐’는 논쟁이 일고 있다.

우선 비관적 시각의 주장은 이렇다. 미국 산업도시의 발달사를 보면 철강산업이 발전하면서 피츠버그가 번성했고 자동차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디트로이트가 융성했다. 그러나 이 두 도시는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이 위축되면서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00년 4월이후 인터넷산업이 주춤하면서 실리콘밸리가 과거 피츠버그나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 비관적 시각의 골자다.

자료에 의하면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집중도는 25%. 경제학자 데비드 리트만은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집중도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 집중도보다 심하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약 18%만이 자동차분야에 근무하나 실리콘밸리에서는 4명 중 1명이 하이테크분야에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다. 높은 산업집중도가 심한 경기침체를 몰고 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매킨지의 제임스 메니카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한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산업은 자동차산업이나 철강산업과는 그 경우가 전혀 다르다. 이곳의 하이테크산업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바이오테크 등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하이테크 분야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경기변동주기를 갖고 있어 서로 완충역할을 하고 있다.”

샌타모니카 밀켄연구소의 로스 디볼은 다시 “하이테크 비즈니스는 성격상 심한 경기변동의 물결을 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인다. “경기가 1% 위축되면, 하이테크부문은 2% 내지 3% 위축된다”는 것이다. 미국경제의 경기하강이 실리콘밸리에 와서는 더 증폭될 거라는 얘기다.

이곳 실리콘밸리가 어찌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만일 하이테크 산업의 휘발성이 크면 경기변동은 급류를 탈 것이다. 그러나 하이테크산업의 다양성이 크면 경기변동은 서로 상쇄되어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어느쪽이든 분명한 것은 어느 산업이나 경기변동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경기변동이 없다면 그 산업은 죽은 산업이나 다름없다.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내성과 활력은 경기변동이 가져다 주는 긴장감과 성취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인터넷 산업의 부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changsg@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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