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승정원일기' 2010년까지 전산화…색인등 인터넷 공개

  • 입력 2001년 1월 10일 19시 05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 지정을 신청해 놓고 있는 조선시대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가 올해부터 2010년까지 순차적으로 전산화된다.

국사편찬위원회 이성무(李成茂)위원장은 최근 “지난 연말 통과된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승정원일기 전산화 작업에 대한 예산지원이 최종 확정됐다”며 “올해부터 작업에 착수해 2010년까지 원문 전체를 전산 데이타베이스에 입력하고 누구나 쉽게 찾아보도록 표점(標點) 및 사건별 내용색인을 첨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승정원일기는 인조(1623년)부터 순종(1910년)까지의 기록만 남아 있고 이전 기록은 궁궐화재로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글자수가 모두 2억 4300만자에 이르는 국내 최대 역사기록. 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의 6400만자보다 4배 이상 방대한 자료다.

승정원일기의 세계기록유산 지정여부는 올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회의에서 최종 결정된다.

본래 속기록용인 초서체로 쓰여진 승정원일기는 60∼77년에 탈초작업이 이뤄져 현재 해서체(정자체) 영인본 141권으로 묶여져 있다. 그러나 책분량이 방대해 개인이 쉽게 구입해 소장할 수 없었고, 표점 색인 등 가공작업도 이뤄지지 않아 이용에 불편이 많았다.

국편위는 1차적으로 올해말까지 인조 원년부터 인조 27년까지의 기록에 대해 표점 및 사건별 내용색인작업을 마치고 인터넷 홈페이지(www.nhcc.go.kr)를 통해 공개한다.

현대의 대통령 비서실 일지에 해당하는 승정원일기는 조선왕조실록보다 사료적 가치가 훨씬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록은 왕이 죽은 후 1차 사료를 선별해 편찬한 2차 사료로 사관(史官)의 직필권(直筆權)이 보장된 기록이기는 하나 조선 후기에 이르면 당쟁으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정된 데 비해, 승정원일기는 국왕의 모든 하루 일정과 당시 논의되었던 정치현안 및 각종 상소문 등을 여과없이 기록하고 있는 1차 사료다.

김종수(金鍾洙)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방대한 자료를 전산화해 웹상에서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은 역사학계의 혁명이 일 뿐 아니라 우리 나라 문화수준의 질적 양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