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M&A'왜 잘 안될까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인수합병(M&A)이 서울 벤처밸리에서 ‘최후의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다. 극심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 벤처경영자의 96%는 “인수합병이 위기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인수합병이 성사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 한 벤처M&A(인수합병) 전문가는 “현재 갖고있는 ‘매물’만 100개가 넘지만 최근들어 단지 1개 업체만 팔렸다.”고 말했다. 원래 M&A란 것이 성사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100분의1’은 너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한국 벤처기업은 왜 유독 M&A가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주식매수청구권의 ‘벽’〓현행 상법에 따르면 기업 인수합병을 하려면 반드시 여기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한글과컴퓨터가 하늘사랑을 인수하려다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 한컴은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1만3000원에 사줘야만 했다. 이때 한컴의 주식가격은 7600원. 가만히 앉아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 합병을 찬성할 주주는 별로 없었다. 결국 3000억원의 매수청구가 들어왔고 한컴은 이를 감당할 수 없어 합병을 포기했다.

▽‘밀실형’ 합병에 대한 반발〓규모가 작은 벤처의 경우 인수합병 논의가 대부분 경영자선에서 ‘비밀리에’ 진행된다는 것도 문제다. 이 경우 지위에 위협을 느끼는 직원들과 주가 하락을 우려한 주주들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웰컴창투와 무한기투, 대양이엔씨와 진두네트워크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

▽기업가치 산정 논란〓네이버나 아이러브스쿨의 예에서와 같이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부분이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가치를 산정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것. M&A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수익모델도 없으면서 소위 미래가치만 내세워 높은 값을 부른다”고 불만이다. 그러나 M&A 대상이 되는 업체들은“쓰러지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헐값에 사자는 속셈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도상의 문제〓창투사의 주식처분을 투자 1년 이후로 못박은 조항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1년간 자금이 묶여있어 투자자금이 원활한 순환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주식현물거래나 현물출자의 경우 지나치게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런 상황에 대해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는 M&A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전문인력이나 기관이 부족한 상태”라며 정부도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등을 통해 벤처 M&A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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