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피플]인터넷 활용 '환자 만족' 진료 이제호박사

  • 입력 2000년 10월 22일 17시 24분


‘산부인과 의사〓대표적인 아날로그 직업.’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과장 이제호 박사(54). 그를 처음보면 이같은 공식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지긋한 나이에 털털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가 이 병원 산부인과 홈페이지를 만들고 미국 의료기관과 온라인 원격진료를 하며 유니텔 동호회시솝까지 맡고있다는 사실을 알고나면 생각이 일순 뒤바뀐다. “의사들도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하는 고객만족의 경영마인드를 가져야죠. 그점에서 인터넷은 치료도구로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해요.”

홈페이지(www.onnet.co.kr/∼smcobgy)에는 엑스레이 사진과 함께 환자들의 사례가 올라와 있다. 물론 환자들의 동의를 받으며 익명으로 올린다. 디지털기술을 십분 의료에 활용하고 있는 것.

“난소암 같은 경우 발달 단계별로 각종 항암제가 있어야 해요. 국내에는 없는 신약이 필요한 경우에 인터넷의 사례를 보고 외국에서 신약정보가 바로 오죠.”

“난소암 같은 경우 발달 단계별로 각종 항암제가 있어야 해요. 국내에는 없는 신약이 필요한 경우에 인터넷의 사례를 보고 외국에서 신약정보가 바로 오죠.”

진료과정에 대한 미국 MD암센터 의사들과의 온라인 회의도 수시로 이뤄진다. 환자들은 한국에서 미국의사의 진료도 받는 셈. 디지털 의료영상전송시스템(PACS)으로 환자의 영상자료를 상세히 체크하며 서로 진료조언을 한다.

이박사가 추구하는 것은 ‘정보공개와 증거위주의 진료’. 의사만이 모든 것을 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박사는 인터넷에 치료과정과 수술기법 등을 영상자료와 함께 올려 환자들이 최대한 ‘알고 선택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와 의사는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는 신뢰관계를 가져야 합니다. 외래진료 시간에 다 못한 얘기는 E메일로 계속 주고받아요.”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질문을 하거나 대답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메일이 연달아 들어왔다.

하루에 한두시간을 들여 일일이 답해주고 전공아닌 분야는 질문을 출력해 담당의사에게 보여주고 답을 받아와 인터넷에 올린다.

환자들이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미리 알수 있도록 동영상으로 병원을 돌아보는 ‘사이버 투어’와 의료진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마련했다. 의료정보의 집중과 독점이 의학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이박사는 ‘지식을 공유하는 인터넷 정신’을 강조한다.

“암환자는 몇몇 병원으로 몰리니까 암 사례연구자료도 그 병원들이 독점하죠. 이걸 데이터베이스화해 다른 병원의 학생과 의사들도 연구에 이용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지난해에는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의 환자사례 자료를 보고 미국 베일러의대에서 교재로 쓰겠다는 요청을 해오기도 했다. 홈페이지의 최신의료기법 코너에 내시경 기계 다루는 법이나 기계 만드는 업체소개, 수술장면 동영상 등을 올리고 유전자 치료정보 사이트 (www.genemed.org)를 만든 것도 비슷한 맥락.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이박사는 ‘엔젤 테크 & 인포’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바이오업체나 연구기관에 무료연구자문을 하는 모임.

“바이오 의료산업은 앞으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겁니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투자가 미미하고 연구 인력이 학교 제약회사 등에 흩어져 있어 연구 시너지효과도 적어요.”

의사들의 경영마인드를 강조하는 이박사는 올해안 ‘의사들을 위한 경영학 사이트 eMBA(www.e―mba.com)’를 열 예정이다. 경영학교재 경제칼럼 등을 볼 수 있으리라는 것. ‘지식경영’에 관심이 많은 이과장은 올 3월부터 유니텔의 지식경영 동호회 시솝도 맡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인터넷에 빠진 게 신기한가요? 친구들은 내가 의대에 간 게 더 신기하다고 하는데….”

이박사는 용산고 방송반이었으며 라디오 조립이 취미였던 ‘전자광’. ‘의대 다니던 아는 누나가 멋있어서’라는 게 믿거나 말거나 전자공학과가 아닌 의대에 간 이유라고 했다.

94년 미국에서 연구자료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것을 보고 ‘원격진료’아이디어를 얻었다. 한국에 돌아온후 무작정 홈페이지를 만들고 간단한 정보제공과 상담부터 했는데 인터넷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각 외로 많더라는 것.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아도 모자랄 ‘디지털 의사’ 이제호박사는 인터뷰를 마치자 ‘지식경영 모임’ 자리로 서둘러 떠났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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