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 '큐' 나도 해볼까?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36분


《‘큐!’

5일 인터넷 방송국 밥TV의 서울 논현동 스튜디오. 프로듀서의 사인이 떨어지자 분주하던 스튜디오 내부에 긴장감이 감돈다. 녹화 프로그램은 인기스타 박경림이 진행하는 토크쇼 ‘스타스토킹’. 세트나 조명, 출연진 등을 보면 제법 방송국 냄새가 나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일반적인 방송국과는 많이 다르다. 값싼 디지털캠코더들이 고성능 방송용 카메라를 대신하고 있고, 송출장비나 편집장비 자리에는 PC들이 놓여있다. 청소년 대상 방송국답게 파격적인 실내디자인의 스튜디오 밖 공간에는 DDR도 놓여있다.박원덕 밥TV사장은 “6개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10여편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정규 직원은 5명뿐이고 나머지 20여명은 모두 청소년 방송요원”이라고 설명했다.》

닷컴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인터넷방송이 사이버공간의 열기를 달구고 있다. 97년말 10여개에 불과하던 인터넷 방송국은 현재 800여개. 요즘도 하루에 1, 2개씩 문을 열고 있어 올해말에는 1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시청률로나 회원수로나 단연 인기가 높은 곳은 성인방송국. 인터넷 성인방송 A사의 생방송 채널은 자정이 넘자 비키니 차림의 인터넷자키(IJ)가 등장해 공중파 방송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자극적인 행동과 말을 쏟아낸다. 국내에는 현재 이러한 성인방송국이 30여개에 달하고 있고 인기를 틈타 최근에는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방송까지 등장했다.

1∼2분짜리 유아 인터넷 드라마로 기혼 직장여성을 주시청자로 사로잡고 있는 ‘GOTV’나 현직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률전문 방송 ‘채널로’처럼 틈새방송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문방송 클럽와우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거느리며 저렴한 비용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케이스. 삼성물산의 음악방송 두밥, 제일제당 드림뮤직, 드림라인의 드림엑스 등 대기업들의 진출은 소규모 전문방송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의 대중화는 인터넷 방송시장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인터넷 스트리밍 기술의 발달은 파일전체를 전송받는 대신 당장 필요한 분량만 받아 바로 실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생중계를 가능하게 했다. ‘MPEG’ 등 첨단 압축기술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 그 결과 200만∼300만원대의 PC급 서버 1대, 디지털 카메라 등 기초적인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인터넷 방송국을 차릴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샤웃캐스트같은 개인방송용 서비스도 나와 PC와 마이크,PC카메라만 있으면 독립방송국 운영이 가능해졌다.

국내 벤처기업인 이지씨앤씨는 기존의 서비스 방식을 혁신한 다채널 멀티캐스트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이 회사 김용화사장은 “멀티캐스트 방식은 수신자 그룹에 1회 데이터를 보내면 그룹내의 PC들간에 이를 복제해 전파하기 때문에 서버의 부하를 줄이면서 가입자를 대량으로 수용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것은 인터넷방송국에게는 최대의 고민거리. 영화전문 방송 노컷의 황의준사장은 “닷컴위기론과 맞물려 인터넷방송업계에도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방송이 흥하려면 콘텐츠가 좋아야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 전문가들은 인터넷 인프라의 개선과 함께 독창적이고 질좋은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웹캐스팅의 열풍도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계에는 아직 감독이나 기획인력이 절대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홍성구 캐스트서비스사장은 “차세대 휴대통신 IMT―2000서비스가 대중화하면 인터넷 방송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조만간 논리적으로 채널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속성을 활용한 슈퍼방송국의 탄생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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