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려 도망치는 군중들의 행동을 컴퓨터로 모의 실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최근 개발돼 공공시설을 안전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과학 전문잡지 ‘네이처’는 지난달 28일자 커버스토리로 독일 드레스덴기술대학 디르크 헬빙 교수와 헝가리 에트보스대학의 타마스 비첵 교수가 위기속 개인의 행동을 계산해 집단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사람이나 교통의 흐름을 유체로 파악해 모의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예측 결과가 정확하지 않았다.
이들은 논문에서 “사람들이 빨리 출구로 나가려고 몸부림칠수록 빠져나가는 속도는 더 느려진다”고 말했다. 빨리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부상해 넘어지면서 장애물이 되기 때문.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모의 실험을 한 결과는 이렇다.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45초 동안 초속 1m로 방을 빠져나갈 때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은 90명이다. 하지만 초속 5m로 나가려고 하면 서로 부딪쳐 65명밖에 못나간다. 천천히 움직여야 더 빨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포 상황이 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치열한 몸싸움 속에 200 명 중 5명이 쓰러진다. 부상자는 장애물이 돼 45초 동안 문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의 숫자는 44명으로줄어든다. 군중이 많으면 비극은 더 커진다. 400명이 나가려고 몸싸움을 하게 되면 24명이 깔려 죽게 되고 부상자들 때문에 45초 동안에 3명밖에 빠져나가지 못한다.
연구팀은 비상구 바로 앞에 둥근 기둥 하나를 놓으면 몸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이 두 갈래로 분산돼 빠져나가는 사람의 숫자가 72명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복도의 너비가 일정해야 탈출에 효율적이란 사실도 알아냈다. 복도가 좁았다가 넓어졌다가 하면 사람들이 앞사람을 제치려 하다가 좁아진 곳에서 더욱 격렬히 충돌하게 돼 탈출구로서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