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의 의학]영화속 생명복제 현실선 윤리문제 걸려

  • 입력 2000년 8월 13일 19시 08분


질병으로 인해 못 쓰게된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갈아끼우는 장기이식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였다.

간경변 환자가 쉽게 간이식을 받을 수 있고 교통사고 환자가 팔이나 다리를 이식 받을 수 있다면 인간은 새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장기 이식은 거부반응, 감염 등의 문제점이 있기는 하나 필요한 장기를 제 때에 구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다.

영화 ‘에이리언4’ 에서는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된 인간을 숙주로 해서 에이리언이라는 우주 생명체를 배양한다. 이것은 복제인간을 모체로 그 안에서 에이리언을 증가시키는 방법.전편과 거의 비슷하게 괴물들이 만들어진다.

생명체의 복제 기술은 이미 복제양 ‘둘리’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소의 복제에 성공함으로써 이론적으로는 인간복제도 불가능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최근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교수가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실험에서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하는데 성공한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발끈하고 있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인간복제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장기이식만을 고려한다면 복제된 인간에게서 장기를 적출해 환자에게 이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복제된 인간도 복제됐다는 사실 만을 제외하면 원래 사람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은 윤리적으로 용납되기가 어렵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돼지에게 인간의 장기를 배양시키는 방법이다. 돼지는 몸집이 인간의 크기와 비슷하고 병에 강하며 사육하기 쉽다는 이점 때문에 장기이식 분야에서 가장 선호되는 동물이다.

돼지에게 인간의 장기를 배양시킨다는 뜻은 사람의 심장을 가진 돼지나 사람의 다리가 달린 돼지가 태어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일종의 잡종이며 기형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 식물에서 뿌리가 고구마이며 줄기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변종식물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러한 시도도 전혀 낯설지는 않다.

돼지에게 사람의 장기를 배양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종사이에 존재하는 면역체계를 어떻게 조절하는냐 하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돼지에게 인간의 장기는 이물질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 장기의 입장에서도 돼지는 숙주가 아닌 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면역체계는 이물질을 인식하면 침입자를 우리 몸에서 없애기 위해 끝없이 공격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예기치 않은 감염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과 인간사이에 이루어지는 장기이식에서도 거부반응이 미해결로 남아있는 현실에서 돼지와 사람 사이의 전혀 다른 면역체계가 공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의학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있고, 윤리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방법은 심각한 의학적 문제가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김형규(고려대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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