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게임방에 치이고… 동네오락실 운명은…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57분


소위 386세대 이상의 연령층에게 오락실의 기억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보통 지하에 위치해 있었던데다 시멘트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잔뜩 널려있고 가끔 돈을 뺏는 형도 있었다. 오락실은 대표적인 ‘탈선의 온상’이어서 학생주임 선생님이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요즘 오락실은 굉장히 밝고 깨끗한 공간이다. 여자들끼리도 많이 가고 담배 연기도 없다. 하지만 정작 오락실의 상황은 별로 좋지 않다.

아케이드 산업의 불황은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는 데는 큰 돈이 필요 없다. 값싼 게임료로 수익을 올리려면 당연히 회전율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한 판’이 빨리 끝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당시 인기 있던 ‘결투 액션’과 ‘슈팅’장르의 난이도를 계속 높였다. 그러니 아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면 오락실에 가도 할 게임이 없어졌다. 회전율은 높아졌지만 고객의 절대 수가 줄어든 것이다.

더구나 비디오게임이나 PC 게임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기술이 발전해서 집에서 하는 게임이 저가형 기판의 오락실 게임보다 나을 지경이 됐다. 뿐만 아니다. PC로는 오락실에는 없는 네트워크 게임도 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 ‘비트마니아’나 ‘DDR’ 같은 음악 게임이 등장했다. 전에는 오락실을 찾지 않던 사람들이 몰렸고 고객은 확실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런 기계는 굉장히 비싸고 덩치가 커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또 이런 종류의 게임은 이전의 게임과 달리 기판만 교환하는 게 아니라 기계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 비용부담이 몇 배로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유행이 별로 길지도 않을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오락실의 앞날은 어두워만 보인다.

오락실은 공룡처럼 사라질 운명일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본을 보자. 아케이드 게임계의 왕자 세가(SEGA)는 게임 센터의 불황으로 엄청난 곤욕을 치른 후 정면 돌파를 택했다. 세가는 모든 게임 센터를 광통신으로 연결, 오락실에서 네트워크 게임을 즐기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동네 골목마다 게임방들이 자리잡고 있다. 세가의 방식으로 오락실을 활성화할 수는 없다.

오락실이 살 길은 집이나 게임방에서는 맛볼 수 없는 꿈을 실현시켜주는 것뿐이다. 현재로서는 ‘체험기계’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직접 비행기나 보트를 타거나 스키,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느낌을 주는 그런 기계들 말이다. PC는 체험기계의 커다란 스케일과 현실감을 제공할 수 없다. 또 하나, 오락실은 남는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이벤트 공간이 되어야 한다. 오락실이 하나의 ‘테마파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대형화를 의미한다. 친근한 동네 오락실이 없어지는 건 섭섭하지만 이대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박상우 (게임평론가) sugulman@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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