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 "인간게놈 시장을 잡아라" 총력전

  • 입력 2000년 6월 15일 20시 44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인간게놈프로젝트(HGP)초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황금알을 낳을 시장’을 향한 국내 생명공학(바이오)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세계 바이오시장의 규모는 98년 1800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7000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 이에 따라 국내 산업에도 정보기술(IT)에 버금가는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HGP에 참여하지 못해 후발주자에 머물러 있는 바이오업계는 최근 국내실정에 적합한 후속 게놈프로젝트(Post Genome Project) 전략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업계가 인간유전체 염기서열 규명을 토대로 유전체기능연구→유전자의 단백질생성원리 분석→개인 맞춤약 및 유전자치료법 개발 등으로 이어지는 ‘꿈의 산업’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키울지 주목된다.

▽국내 대기업의 역방향 전략〓지금까지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 목표를 먼저 정하고 유전체 기능연구로 약효를 검증하는 ‘역방향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

SK케미칼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체의 단백질 생성원리를 신속히 규명할 바이오칩 개발을 위해 서울대암연구소와 공동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 김대기(金大起)SK생명과학연구소장은 “후발 주자로서 시장을 선점할 목적에서 약물 타겟을 선정한 뒤 유전체 기능연구에 들어가는 귀납적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화학도 신약후보 물질군을 먼저 탐색한 뒤 HGP 이후 프로젝트에서 나타날 결과를 사업에 접목할 계획. 양흥준(楊興準)LG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빠른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검증할 HGP 전문가만을 나중에 아웃소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생명공학에 대한 대기업 투자는 올해 5000억을 넘어설 전망. 포항제철이 포항공대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 LG화학은 올해 1000억원을 조성한 뒤 벤처기업에 재투자할 계획.

▽연구기관의 한국인 특이 유전체 규명 노력〓생명공학연구소는 앞으로 10년 동안 3000억원을 들여 NIH가 밝히지 않은 내국인의 염기서열과 한국인에게 빈발하는 간암과 위암의 원인 유전체와 그 기능을 규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1세기 프론티어 사업단’을 발족했으며 각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연구 기관이나 업체도 일부 선정했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는 올해 국내 자생식물연구 및 지능형 마이크로칩 개발 등 공공 연구를 위해 모두 2140억원을 연구기관에 투자했다.

▽바이오벤처기업 본격 가동〓바이오벤처기업은 올해 6월까지 250여개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대기업이 도전하지 않는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500억원 미만에서 올해 4000억원으로 급증할 전망.

신약 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올 생물정보학에 도전하는 업체가 계속 출현하고 첨단 바이오칩이나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하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제약업계와 공동으로 유전체기능 연구와 신약개발에 들어갔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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