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땜질식 인력 "그만" 공개채용 바람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13분


'대기업은 수시채용, 벤처는 공채.'

정보기술(IT)업계에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인력채용 방법이 역전되고 있다. 대기업은 연말에 무더기로 신입사원을 뽑던 방식에서 수시채용으로 돌아섰다. 반면 벤처기업은 '한정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공개채용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경매업체인 ㈜셀피아(www.sellpia.com)는 28일 "최근 기업공개채용 내부 기준을 만들고 기술개발과 기획 마케팅 등 분야별로 공채 1기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경력자 특채나 스카우트를 해온 그동안의 관행을 깨는 것.

셀피아가 공채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무엇보다 '나의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인재를 찾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공채방식 도입의 배경. 이 회사 윤용사장은 "벤처기업 직원들은 여차하면 자리를 옮긴다는 그동안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직원들로 하여금 애사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셀피아에 입사하는 '공채 1기'들은 기존의 직원들과는 사뭇 '다른' 대우를 받게 된다. 가장 특이한 점은 무엇보다 '평생고용보장'이다. 이들은 '회사를 휘청거리게 할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해고를 당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이들은 매년 연봉협상 때 우선적으로 원하는 연봉을 제시할 수 있으며, 2년 근무한 뒤에는 원하는 부서를 선택할 수 있다. 공채1기는 또 해외지사를 설립한 후 해외근무를 원할 경우 우선순위를 가지게 된다.

셀피아는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5월말까지 입사원서를 받고 6월초 공채 1기 채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인터넷 벤처기업의 '원조'격인 골드뱅크도 대규모 경력직원을 공채했다. 골드뱅크는 최근 공채에서 나이 학력 등은 전혀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을 보고 100여명을 선발했다.

삼성SDS로부터 분리된 인터넷 통신업체 유니텔도 최근 대규모 신입 경력직원 채용계획을 발표하면서 '학력 전공파괴' 등을 명문화했다. 유니텔은 공채방식으로 150여명을 뽑았다.

부족인원을 수시 채용해온 인터넷 업계에서 이처럼 대규모 채용발표가 잇따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대규모 채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카우트 등으로 빠져나간 인력을 매번 충원하기 보다는 한번에 우수한 인력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정영태기자> ytce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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