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포항공대 출신 해커, 정보 보안업체 진출 맹활약

  • 입력 2000년 5월 7일 19시 59분


95년 4월5일 새벽, 국내 해킹의 ‘총본산’임을 서로 주장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쿠스와 포항공대의 플러스가 ‘해킹전쟁’을 벌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때 ‘전산망 보급확장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됐던 노정석씨(24·당시 KAIST 산업경영학과 2학년). 그러나 지금은 ‘정보보호의 첨병’으로 변신, 보안업체 인젠의 이사를 맡아 네트워크 기반 침입시스템을 개발했고 현재 리눅스를 이용한 보안 솔루션을 개발중이다. 노씨는 “지난 일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나쁜 일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해커는 기관의 허락을 받고 그 기관의 전산망에 들어가 보안상의 문제점을 체크하는 사람으로 몰래 들어가는 범죄자인 크래커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노씨처럼 KAIST와 포항공대에서 활동하던 해커 출신들이 속속 보안업체에 모여들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극에서 극으로의 변신같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플러스 출신(97학번)으로 지금은 디지털TV 저작도구 개발업체 4DL에서 보안쪽을 담당하고 있는 오태호씨는 “우리 동아리의 목적은 남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학교의 보안을 스스로 지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안에 대해 파고들어 지금까지 단행본인 ‘시큐리티 플러스’를 4권까지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보안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KAIST 출신으로는 김창범 해커스랩 연구소장(86학번), 양기창 소프트포럼 암호화솔루션 개발팀장(91학번), 이석찬 해커스랩 서비스팀장(91학번), 최영일 해커스랩 연구원(92학번), 김휘강 A3컨설팅 사장(94학번), 최재철 인젠 보안 컨설턴트(〃)등을 꼽을 수 있다. 김소장은 98년 인젠, 99년 루튼을 설립한 뒤 해커스랩으로 옮겼고 양팀장은 최근 ‘정보연대 싱’과 공동으로 전자주민카드 암호화의 취약성을 주장하는 캠페인 벌이기도 했다.

포항공대쪽에서는 조희제씨(89학번)가 사이버다임에서 근무하고 있고 임수인씨(96학번), 강준명씨(97학번)가 오태호씨와 함께 4DL에서 일하고 있다. 플러스는 학내성적을 강조하는 포항공대의 문화 탓에 컴퓨터실력에 성적까지 고려해 회원을 선발, 지금까지도 총회원이 20명 남짓에 불과해 KAIST보다는 보안업체 진출인력이 적다.

‘해커를 해킹한다’의 저자로 최근 보안업체 사이젠텍을 설립한 김강호사장은 “해커란 정보의 공유와 개방을 외치는 ‘나눔의 정신’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들을 잘 양성화하면 사회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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