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의사집회 현안 평행선]의사들 "생존권 사수"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0분


가두집회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17일 여의도 집회를 강행할 것으로 밝혀 이날 환자들에 대한 진료 차질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전국의 개원의들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병원 근무자 및 의대생까지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의사들의 집단 시위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11월30일 열린 제1차 규탄대회도 평일(화요일)에 열려 장충체육관에 2만여명이 모인데 그쳤으나 이번 대회는 지방 거주 의사 등을 포함해 4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최근 의료 현실과 관련한 의사들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알려진 의사들이 이처럼 집단시위에 나서게된 것은 지난해 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실시로 인한 의사들의 수입 감소가 큰 계기가 됐지만 7월 의약분업 및 포괄수가제 실시 및 병원 신용카드 사용 의무화 등으로 병의원 안팎의 의료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데 주원인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의약분업안은 의사협회가 이미 서명한데다 의료계의 요구사항도 입법단계에서 반영됐고 의료계의 가장 큰 현안인 의료보험 수가는 정부가 이달중 인상을 결정할 방침이기 때문에 이번 시위의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종윤(李鍾尹)보건복지부 차관은 “약사의 임의조제 금지를 위해 의사가 발행하는 처방전에 의해서만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했고 의사가 약품을 직접 조제할 수 있는 의약분업 예외범위를 확대하는 등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적극 수용했다”고 말했다.

또 복지부는 “의협이 올바른 의약분업과 적정수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민 건강을 볼모로 이미 합의된 사항을 바꾸고자하는 것은 집회의 명분이 되지 못한다”며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인해 착실하게 의약분업에 대비해온 약사들도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그동안 의사들은 낮은 보험료로 인한 저수가정책과 규격진료의 강요로 자존심과 권리가 크게 짓밟혀왔으나 환자들을 위한 희생과 인내로 버텨왔다”며 “현재의 의료정책은 의사로서의 최소한의 생존권도 위협하는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